김의겸 靑대변인, 사의 표명하면서까지 반성하는 모습은 커녕 '아내 탓-농담'으로 일관
"너무 구차한 변명이어서 하지 않으려 했지만...건물 매입은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
'농담'하는 대담함도..."40억 가치 있는 제집 사고자 하는 사람 소개해주시길...시세차익 보면 크게 쏘겠다"

고가 건물 매입 논란에 휩싸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9일 오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고가 건물 매입 논란에 휩싸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9일 오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재개발지역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9일 사의를 표명하면서까지 반성하는 모습은 커녕 '아내 탓', '농담'으로 일관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안이한 모습을 보여 여론을 분노로 들끓게 하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떠나려고 하니 출입 기자들의 얼굴이 맨 먼저 떠오른다"며 사퇴의 변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건물 매입 논란 관련해 "너무 구차한 변명이어서 하지 않으려 했지만 떠나는 마당이니 털어놓고 가겠다"며 "(건물 매입은)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고 변명했다.

김 대변인은 또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며 "이 또한 다 제탓"이라고 궤변을 늘어놨다. 아울러 "내집 마련에 대한 남편의 무능과 게으름, 그리고 집 살 절호의 기회에 매번 반복되는 결정 장애에 아내가 질려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이 상황에서 '농담'을 하는 대담함도 보였다. 그는 "보도를 보니 25억원을 주고 산 제집이 35억, 40억의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면서 "사고자 하는 사람을 소개해주시기 바란다. 시세차익을 보면 크게 쏘겠다. 농담이었다"고 했다.

김 대변인의 다소 '뻔뻔스러운' 모습에 여론은 분노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말하는게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뻔뻔함과 변명으로 일관한다. 사퇴가 끝이 아니다"라며 "투기정보와 고액특혜 대출관련 수사해 구속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댓글은 1만에 가까운 네티즌들의 공감을 받고 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다음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사퇴의 변' 전문(全文).

싸우면서 정이 든 걸까요. 막상 떠나려고 하니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얼굴이 맨 먼저 떠오릅니다.

돌이켜보면 저 같이 ‘까칠한 대변인’도 세상에 없을 겁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얼굴을 붉히고 쏘아붙이기 일쑤였으니 말입니다. 걸핏하면 설전이 벌어졌다고 묘사하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불친절을 넘어서 강퍅하기 그지없는 대변인이었습니다.

춘추관에 나와 있는 여러분이 싫어서는 결코 아닙니다. 여러분 뒤에 있는 보도 책임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보수 언론들이 만들어내는 논리에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었습니다. 그렇지 않은 언론사라도 잘못된 주장에 휩쓸리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던 겁니다.

하려고 했던 건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였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감정적으로 흐르고 날선 말들이 튀어나왔습니다. 다 제 미숙함 때문입니다. 깊이 사과드립니다.

생각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내 정치적인 문제는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기에 타협하고 절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는 다릅니다. 민족의 명운이 걸려있고, 우리가 사는 터전의 평화 번영과 직결돼 있습니다. 사실 하노이 회담 이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칫 어그러질 경우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겁이 납니다.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에 한번만 의문을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기사를 작성하면서 한번만 더 생각하고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선배들은 머리가 굳어있어 생각을 바꾸기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젊지 않습니까. 내일의 주인공은 여러분들입니다.

제 문제도 하나 덧붙이겠습니다.

어제 여러분들 앞에서 해명을 하면서도 착잡했습니다. 여러분의 눈동자에 비치는 의아함과 석연찮음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다 좋은데, 기자생활을 30년 가까이 한 사람이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던 거야?” 그런 의문이겠죠.

너무 구차한 변명이어서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떠나는 마당이니 털어놓고 가겠습니다. “네, 몰랐습니다.”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이 또한 다 제 탓입니다. 내 집 마련에 대한 남편의 무능과 게으름, 그리고 집 살 절호의 기회에 매번 반복되는 ‘결정 장애’에 아내가 질려있었던 겁니다. 궁금한 점이 조금은 풀렸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보도를 보니 25억을 주고 산 제 집이 35억, 40억의 가치가 있다고 하더군요. 사고자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주시기 바랍니다. 시세차익을 보면 크게 쏘겠습니다.

농담이었습니다. 평소 브리핑 때 여러분들과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가볍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이렇게라도 풀고 갑니다. 건승하십시오. 멀리서도 여러분의 기사를 관심 있게 지켜보겠습니다.

까칠한 대변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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