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회장직 및 아시아나항공·금호산업 이사직 모두 사퇴
이동걸 산은 회장과의 면담 후 퇴진 결정한 것으로 보여

연합뉴스 제공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퇴진하기로 결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8일 "박 회장이 현 사태에 책임을 지고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이 최근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사태에 대해 그룹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 및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다고 했다.

박 회장이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외부감사 과정에서 추가적인 부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2일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외부감사를 받았다. 감사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운용리스 항공기 정비 비용, 마일리지 처리 명세, 자회사 비용에 대한 재무제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감사의견은 '한정'을 받았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주식거래는 정지됐다.

미제출 서류를 포함한 최종 감사보고서는 26일 나왔다. 이에 따르면 연결재무재표 기준 부채는 1400억원가량이 늘었고, 부채 비율은 625%가 아닌 649%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반영하지 않았던 운용리스 항공기 정비 비용, 자회사 부채, 마일리지 부채를 포함하다 보니 당기순손실은 1959억원에 달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실한 재무구조가 확인되면서 당일 주가는 급락했다. 26일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14.98%, 금호산업은 25.91% 하락했다.

그러나 28일 박 회장의 퇴진 결정이 알려지자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3330원대를 유지하던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오후 2시경 3935원까지 치솟았으며 오후 2시 36분 현재 3580원에 거래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주주는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며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비상 경영위원회 체제를 운영해 그룹의 경영 공백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빠른 시일 내 명망 있는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업계에선 내달 만료되는 산업은행의 재무구조개선 양해각서(MOU) 연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유동성 확보가 관건인 아시아나 입장에선 MOU 체결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박 회장의 퇴진 결정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권고에 따른 것이란 말도 나온다. 지난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나빠지면 경영에 개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산업은행이 MOU 연장의 조건으로 경영진 교체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추측이 일찍이 제기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이 전날 저녁 이동걸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조기 신뢰 회복을 위해 KDB산업은행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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