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의혹' 박영선, 장관 인사청문회서 제대로 된 해명 없이 對野공세로 일관
野산자중기위원들, 박영선 과거 장관후보자들 공세 영상 틀어 '되먹이기'
계속된 '내로남불'에 野 청문회 보이콧 선언…황교안 끌어들인 '위증' 의혹도 불거져
朴, "黃 법무장관 때 김학의 법무차관 성접대 영상 CD 보이며 임명 만류" 최초 주장
黃은 "택도 없는 소리. 그런 CD 본 적 없다. 법사위원장실서 CD를 왜 보나" 일축
朴, 취재진이 묻자 "CD 보여준 건 아니고 책상에 있었다. 재생도 안했다" 말바꿔
한국당 논평 내 "소설쓰며 쇼해, 청문회장서 허위사실유포 확인되면 죗값 치러야"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27일 국회 인사청문회는 그간 신상털이-의혹제기에 거침이 없어 '청문회 저격수'로 불려온 그가 도덕성 검증에 필요한 핵심 자료 대부분을 제출 거부하거나 청문위원들과의 기싸움으로 응대하는 등 이중잣대를 발휘했다는 논란의 연속이었다.

더불어민주당 4선(選) 의원인 박 후보자는 최근 15년간 국회에서 40차례의 인사청문회에서 공세적인 의정활동으로 일관해온 인물이다. 이날 야권의 질의에는 '해명'보다는 '반격'에 가까운 대응을 유지했고, 돌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법무부장관 시절 김학의 전 차관 관련 새 주장을 내놓는 등 장관 후보자 신분으로 정치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청문회는 세금 탈루, 장남 이중국적, 불법주차 과태료 면제 의혹 등 주로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지만 여야 의원들은 초반 자료제출 미비를 놓고 기선제압에 나섰다. 박 후보자는 각종 의혹에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거나, "질문이 적절치 않다"고 청문위원 질의에 '훈수'를 두며 역공했다. 야당 의원들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오만불손"이라고 입을 모아 질타했다.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가 3월27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벤처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청문위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가 3월27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벤처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청문위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은 '박영선 자료제출 거부·국민들은 박영선 거부'라는 문구를 노트북에 붙인 채 질의에 나섰다. 일부 한국당 의원 보좌진은 청문회장에서 같은 문구의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기도 했다. 

산자중기위 한국당 간사 이종배 의원은 박 후보자가 과거 청문회에서 당시 장관 후보자들에게 신상털이 식 자료제출 거부를 질타했던 모습을 담은 영상을 틀어 보였다. 동영상엔 2009년 이귀남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박 후보자가 "이번처럼 자료를 부실하게 안 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여당 의원들은 "위원장, 동영상 재생을 중단해달라"고 반발했다. 

이종배 의원은 "후보자 본인이 과거에 (장관 후보자에게) '인사청문회가 하루 푸닥거리밖에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압박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의 과거 '청문회 저격수' 시절 영상은 이후 청문회장에 몇차례 재등장했다는 후문이다.

정우택 한국당 의원은 "후보자는 청문위원 시절 '낙마왕', '저승사자'란 말이 붙어 다닐 정도로 후보자의 가족과 자녀 신상을 탈탈 털었다"며 "입장이 바뀌어 동일한 잣대로 인사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박 후보자는 "국민들 앞에 소상히 설명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정우택 의원은 "하지만 후보자는 자료제출 태도부터 '배 째라'식으로, 내로남불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며 "후보자는 과거 청문회에서 '1982년 MBC에 입사했을 때부터 재산을 어떻게 늘렸는지 다 소명할 수 있다'며 상대방을 공격했는데 탈세와 관련한 자료 요청에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과거 발언과 지금 후보자의 행태를 보면 이중성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한홍 한국당 의원은 박 후보자의 서울대학교 병원 특혜진료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특혜는 없었다"고 부인하면서 '유방암 수술을 받은 일시 및 병원'이 포함돼있던 윤 의원의 사전 서면질의를 거론했다.

그는 "유방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묻는 순간 저는 이것을 여성에 대한 '섹슈얼 해러스먼트'(성희롱)라고 생각했다"고 청문위원 질의를 문제 삼았다. 또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존중을 한다는 것"이라며 "내가 윤 의원에게 전립선암 수술을 했느냐고 물으면 어떻겠느냐"고 비난했다.

이에 박 후보자의 민주당 동료 의원인 이훈 의원은 "자료제출이 거부된 것 중에는 인간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자료도 있다"고, 박범계 의원도 "박 후보자는 4년 간 검찰개혁과 재벌개혁의 상징이었는데 그런 점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야당 측의) 정치적 망신주기"라고 역성을 들었다.

설전이 계속돼 청문회는 약 1시간이 지나서야 본질의에 돌입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가 전(前)정부에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후보자의 생활비 지출을 '연 5억 사치'로 몰아세우는 듯 질의한 내용을 거론하며, 박 후보자는 '연 4억6000만원대 소비'가 의심되며 재산 관련 자료가 부실하다고 문제 삼았다. 

정우택 의원은 "자료제출을 보면 배째라식"이라며 "제가 내로남불 정권이라고 명명했는데, 후보자를 보면 내로남불의 정점을 찍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박맹우 의원은 "반값등록금과 무상급식을 외치면서 정작 아들은 호화 외국인학교를 보냈다"고 이중성을 꼬집었다. 윤한홍 의원은 "박 후보자 부부가 전통시장에서 82만원밖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자의 생활비 항목을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박 후보자는 "남편이 신용카드로 (전통시장에서) 1181만원을 썼다는 자료를 제출했는데, (82만원만 썼다고 지적한) 윤 의원이 일부러 뺐는지 빠졌다"고 문제 삼았고, 조윤선 전 장관과 자신의 씀씀이를 비교한 대목에선 당시 비자금 의혹이 제기된 거라며 "저희 부부가 얼마나 벌어서 썼느냐는 것은 비교대상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과거 2009년 1월 임시국회 회기중 부부동반 해외 골프 여행이 도마 위에 오르자 박 후보자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정치사찰 의혹을 꺼내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해외 골프 의혹과 관련해 해명기회를 주자 "당시 KBS가 청와대 지시를 받아 톱뉴스로 보도한 후 보수 언론들이 대서특필했다"면서 "저희가 마치 스폰서를 받아 여행을 간 것처럼 둔갑을 씌우려다 결국 실패했다"고 밝혔다.

또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이 박 후보자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었을 때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접대 의혹이 불거졌다며 책임을 묻자 "(2013년 3월 당시) 제가 황교안 법무장관을 따로 뵙자고 해서 김학의 전 차관의 동영상이 담긴 CD를 보여줬고, 차관에 임명되면 문제가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3월2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 후보자는 또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앞서 제기한 다주택 보유 의혹에 대해서도 "황 대표가 얘기한 집 3채는 전세ㆍ월세를 포함한 것"이라며 "전셋집에 사는 국민은 다 집을 가진 것이냐"고 청문회장 너머까지 정치공방을 벌였다.

한편 이날 청문위원 질의에 일일이 부인·반박하거나 문제 삼는 박 후보자의 답변 태도에 한국당 소속 홍일표 산자중기위원장은 "후보자가 그렇게 얘기를 다 하면 논쟁밖에 안 남는다", "본질의 때 답하라"며 제지했다. 홍일표 위원장은 박 후보자에게 "후보자가 청문위원의 질의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의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장관 후보자가 '참전'하는 여야 공방이 계속된 끝에, 한국당 산자중기위 청문위원들은 오후 중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후보자 인사청문 거부 선언에 나섰다.

청문회가 장기화하는 동안 이날 박 후보자는 황 대표를 끌어들여 위증했다는 파문까지 자초했다. 앞서 이용주 의원 질의 순서에서 김 전 차관 성접대 의혹이 담긴 동영상 CD를 황 당시 법무장관에게 법사위원장실에서 꺼내 보이며 임명을 만류했다고 주장했던 것을, 몇 시간 뒤 기자들을 만나서는 'CD를 꺼내 보인 적은 없다'고 청문회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박 후보자의 최초 주장에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택도 없는 소리, 무슨 소리 하는 거냐"며 "그런 CD를 본 적이 전혀 없다. 왜 법사위원장실에서 CD를 보나"라고 반응했다. 황 대표는 그동안에도 김 전 차관 인선 배경을 둘러싼 논란 조장 시도에 "검증 결과 문제가 없다고 들어서 임명됐고, 임명 뒤 의혹 제기가 있었고 본인이 사퇴한 게 전부"라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러자 박 후보자를 다시 만난 기자들이 '황 대표에게 CD 현물을 보여준 게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후보자는 "그건 아니다. (내 보인 게 아니라)갖고 있다"며 "(당시 CD가) 책상에 있었다"고 했다. 'CD도 안 보여주고 재생도 안 했다는 거냐'는 질문에 "그럼요"라고 했다. 황 대표에게 CD의 실물을 보여준 적은 없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한국당은 당 공식 논평 등으로 "박 후보자는 소설을 쓰며 쇼를 한 데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같이 밝히고 "국회 인사청문회 장에서 위증, 허위사실 유포를 범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전당인 국회를 우롱한 대국민 기만으로 반드시 그에 걸맞은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박 후보자에게 경고했다.

이와 관련 박지원 민평당 의원은 이날 "(2013년) 김 전 법무차관의 성접대 동영상을 박 후보자와 공유했다"면서도 "박 의원이 이 자료를 황 당시 법무장관에게 이야기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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