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내 '피해자' 자처하는 지역 단체 7개 난립...각 단체들 목소리 다르고 정치적 이해관계도 끼어들어

정부에 지진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포항 11.15 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 (사진 = 유튜브 영상 캡처)
정부에 지진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포항 11.15 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 (사진 = 유튜브 영상 캡처)

‘포항 11.15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3일 출범했다. 이 위원회는 2017년 11월 규모 5.4의 지진을 촉발한 게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하기 시작한 지열발전소였다는 정부 조사연구단 결과 이후, 문재인 정부에 특별법 제정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대책위가 정치화됐다는 증언들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피해 보상이라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 소송을 해주겠다며 시민들에 돈을 받아, ‘한탕’을 해 보겠다는 사람들이 등장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 25일 포항시 흥해읍 흥해종합복지문화센터에서 열린 흥해읍 자생단체 연석회의에서는 일부 주민들의 범대위 비판 발언이 이어졌다. 범대위가 피해자 목소리를 듣지 않고 결성됐으며, 지진이 났을 때에도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은 사람들이 위원 명단에 올라있다는 것이었다. 범대위 내에서도 이미 지진 피해 관련 내용보다, 어떤 사람이 위원회 우두머리를 맡을 것인지 등에 대한 정치적 사안들이 논의되는 모습이다.

중앙당에서 직접 내려오기도 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대응을 지적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지열발전소) 문제와 관련해 전 정권 탓을 얘기하는 민주당에 상당히 실망했다”며 “그렇게 따지면 우리도 (2017년) 8월에 물주입을 얘기해야 하고 현 정권에 더 무거운 책임이 있다는 논리도 당연히 있지만, 이것은 정권 탓을 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반면 오중기 민주당 포항북지역위원장과 허대만 포항남·울릉지역위원장은 27일 포항시청에서 지진 후속대책과 책임규명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포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 정권 탓하는 민주당에 실망했다’며 정쟁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 시절 무리하게 사업이 추진된 이면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 시절 안전관리 소홀 등 지열발전소와 관련해 국민의 의혹이 일고 있는 지금 더는 자유한국당의 면피성 책임 떠넘기기 행태는 국민 공분을 살 뿐이다”라고도 했다.

2017년 11월 포항 지진이 발생한 뒤의 포항 한 거리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2017년 11월 포항 지진이 발생한 뒤의 포항 한 거리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친문(親文) 환경단체도 끼어들었다. 포항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5일 성명서를 내고 “출범식과 대책회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포항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특정 정당 전유물이 아니며 정쟁의 도구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최근 중국발 미세먼지를 규명한 국내 연구기관의 보고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포항에 ‘돈 뿌리기’ 식 해법을 내놓은 상태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지난 22일 오후 정부 세종청사에서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총 2,257억원을 투입해 ‘포항 흥해 특별재생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포항 시민에 따르면, 지금까지 ‘지진 피해자’를 자처하는 단체는 7곳이라고 한다. 이 시민은 27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포항에 많은 예산을 확보했다고 하던 민주당계 사람들은 지금 표를 의식해 침묵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금을 노리고, 피해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1인당 10만원가량을 요구하며 정부에 소송을 걸어주겠다는 변호사 사무실도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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