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격미사일 GBI 2기, 날아오는 ICBM 중복 타격 성공

미국이 2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겨냥한 ‘동시다발 요격(salvo intercept)’ 시험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핵개발 요주의 국가들인 북한과 이란 등을 향해 미국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다.

미국의 미사일방어국(MDA)에 따르면 미국은 이날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 지하 격납고에서 요격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어 인근의 또 다른 격납고에서 두 번째 미사일을 발사했다.

첫 번째 미사일은 미 캘리포니아에서 6400km 떨어진 태평양 마셜제도의 미 육군 레이건 시험장에서 가상의 적이 발사한 ICBM을 궤도상에서 타격했다. 두 번째 미사일은 파괴된 미사일의 파편을 분석해 재가격했다. 사무엘 그레이브스 미사일방어청 국장은 “(요격) 시스템은 설계대로 정확히 작동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에 가상의 적을 어느 나라로 상정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북한이 지난 2017년 시험 발사에 성공한 화성 14, 15형 ICBM을 상정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GBI는 길이 16.76m, 직경 1.27m, 최대 사거리는 5300km, 최대 속도는 마하 33.8(음속의 33.8배)이다. 탄두에는 폭발물이 없이 EKV라 불리는 요격체가 적의 ICBM과 직접 충돌해 파괴하는 방식이다. 현재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총 44기가 배치돼 있다. 미국은 이를 2023년까지 64기로 늘릴 계획이다.

GBI는 지상 기지에서 발사돼 최대 2000km 고도의 우주 공간에서 적의 ICBM과 충돌해 파괴한다. 대기권보다 훨씬 높은 고도에서 요격이 이뤄져 미 본토를 안전하게 방어할 수 있다.

미국은 적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본토를 방어하기 위해 19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초당 6.4km의 속도로 날아오는 ICBM을 요격하는 것은 ‘총알로 총알을 맞추는 것’에 비유될 만큼 고난도 기술로 알려져 왔다.

미국은 2017년 5월 처음으로 ICBM 요격실험에 성공했다. 그러나 ICBM을 동시다발로 요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시다발 요격은 실전 상황에서 교란 장치를 이용함으로써 위치를 파악하거나 타격하기 어렵게 만드는 탄도미사일에 대한 명중률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다.

사무엘 그레이브스 미사일방어청 국장은 “ICBM을 목표로 한 첫 번째 GMI 동시다발 요격”이라며 “중대한 위협에 대해 능력있는 억지력을 보여준 이정표”라고 말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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