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해 만들어진 한국의 주력 수출업종의 추락
정부주도 중화학공업 투자는 브라질·인도·파키스탄도 추진, 글로벌기업은 배출 못해
한국이 이들과 다른 점은 기업의 설립과 경영을 모두 민간 기업가에게 맡겼다는 점
엔터·뷰티·바이오 등 생겨났지만 규모 작아...새로운 산업 발전은 '경제적 자유' 필요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

한국 수출이 급격히 가라앉고 있다. 지난 2월 수출증가율은 –11.1%이다. 증가가 아니라 감소다. 반도체 수출이 24.8% 줄어든 것이 직접적 원인이라지만 사실 반도체 산업은 비로소 정상을 찾아가는 중이다. 지난 2년 동안은 일시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디램 가격이 매우 높았었고 그 덕분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비정상이라고 할 정도로 초호황을 누렸다. 그런 행운을 다시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 반도체의 초호황이 우리 경제가 추락하는 모습을 가려왔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에 있어 수출 부진은 주력 산업의 부진과 거의 동의어다.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산업,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철강, 건설 등의 산업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산업이면서 내수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산업이기도 하다. 이 업종들의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의 매출이 급감해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도크가 있던 군산, 울산, 거제의 경제가 침몰을 시작한 지 꽤 오래됐다. 자동차 산업도 그렇다. 한국GM의 군산공장은 문을 닫았고 나머지 공장들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겨우 유지되고 있다. 로노삼성 자동차는 일감의 절반을 잃을 처지다. 현대자동차도 매출과 이익이 줄고 협력업체들의 도산이 늘어나고 있다. 철강, 석유화학 등도 중국과의 경쟁에 힘겨워하긴 마찬가지다. 반도체의 비정상적 호황이 사라지면서 주력업종의 처지가 통계로도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주력산업은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조선업을 생각해 보라. 한국 조선업의 출발은 현대의 울산조선소다. 정주영 회장이 조선소도 없이 그리스의 리바노스에게 26만톤급 유조선 두척을 주문받고, 그 계약을 담보로 영국 바클레이은행에서 돈을 빌려 시작했다. 지금의 현대중공업은 그렇게 기적적으로 생겨났다. 그런데 거기에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토리가 있다. 정주영조차도 박정희 대통령이 조선소를 만들라고 했을 때 도저히 못한다고 손사래를 쳤던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협박겸 강권을 하니까 도저히 거절을 못해서 바클레이은행도 찾아가고 리바노스도 찾아갔던 것이다. 박정희의 비전과 리더십이 없었다면 한국의 조선산업은 없었을 것이다. 다른 산업들도 중화학공업투자 정책의 일부로서 선정되고 실천된 결과들이다. 철강,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 해외건설 등에서도 박정희의 리더십이 강하게 작용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독특한 색깔은 사업의 추진 방식에도 드러난다. 2차대전 이후 많은 나라들이 식민지 상태로부터 독립했고 상당수가 정부 주도로 중화학공업에 투자를 했다. 브라질, 인도, 파키스탄 등이 모두 그랬다. 한국의 특이한 점은 그 기업의 설립과 경영을 모두 민간 기업가에게 맡겼다는 점이다. 다른 대부분의 나라들은 공기업, 국영기업 방식을 택했으며 기업가가 아니라 공무원들이 기업을 세우고 경영했다. 파키스탄의 부토 총리는 심지어 기존에 민간 소유이던 자동차산업 철강 산업 등 대기업을 모두 국유화시키기까지 했다. 하지만 중화학에 대한 투자가 글로벌 기업들로 자라난 곳은 한국 밖에 없다. 박정희 방식의 성공이라고 안할 수 없다.

주력산업 중 반도체만 유일하게 1980년대에 기틀을 잡았다.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투자를 시작한 것이 1983년이고 대박을 터뜨리기 시작한 것은 이건희 회장이 취임 2년차인 1988년이니 박정희 시대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본격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1987년 민주화라고 봤을 때 반도체도 박정희 패러다임 하에서 생겨난 것이라 볼 수 있다.

한국 수출의 감소는 박정희 패러다임으로 만들어진 산업들의 쇠락인 셈이다. 민주화 이후의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서도 산업이 생겨나긴 했다. 엔터 산업이 대표적이다. 이수만의 SM 기획으로 시작한 케이팝이 JYP, YG, 방탄소년단 등의 가세로 세계적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인 스타들의 인기에 힘입어 화장품, 성형 등 뷰티산업도 상당히 자라났다. 이동통신도 상당한 성공을 거둬서 SKT KT 같은 기업이 등장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회사가 생겨났다. 하지만 그 규모가 너무 작다. 이런 산업들로 5천만 한국인의 살림살이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다. 농업과 유통과 금융 같은 곳에서 충분히 혁신이 일어날 수 있지만 시대착오적 규제가 가로 막고 있다. 그 규제를 폐지하려 해도 기득권의 저항, 국민의 고정관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인의 한계인 듯하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박정희 리더십에 의해서 만들어진 산업들 한국의 주력산업들은 시들어 가고 있다. 민주화 이후에 만들어진 산업들로는 5천만 한국인들의 경제적 필요를 채우지 못한다. 경제적 자유만 허용된다면 새로운 산업들이 생겨날 수 있지만 저항과 고정관념에 발목을 잡혀 있다. 이제 어찌할 것인가. 자라나는 젊은이들이 이 족쇄들을 부수고 스스로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수 있을까. 그래 보이지 않아서 안타깝다.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 (김정호의 경제TV대표, 전 연세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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