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연합뉴스 제공]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연합뉴스 제공]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27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부회장은 변호인 측 증인신문에서 2007년 제 17대 대통령 선거 무렵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사가 “’삼성이 미국에서 대통령 후보를 위해 법률적 비용을 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부회장은 “에이킨검프의 김석한 변호사가 찾아와 자신이 ‘이명박 캠프에서 은모 변호사와 일을 하고 있다’며 이 같은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된 핵심 인물이다. 이 전 부회장은 자수서와 검찰 조사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의 요청과 이건희 회장의 승인을 거쳐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삼성에서 대신 내 줬다고 진술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부회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이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삼성에서 대납한 소송비 중 약 61억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다만 대통령 취임 전 후보자 시절 자금 지원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이 나왔다.

“김 변호사가 한 ‘대납’이라는 말을 어떤 의미로 이해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이 전 부회장은 “김 변호사가 대납이야기는 안했다”면서도 “요지는 김 변호사가 ‘대통령 후보를 위해 미국에서 법률적 서비스 비용을 좀 부담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이 “(삼성이 지급한)12만5000달러를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할만한 돈은 아니지 않나”고 지적하자 그는 “금액이 작다, 크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가 요청한 것이라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었다”고 답했다. 삼성이 대통령 후보자에 도움을 주는 사안이어서 총수에게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김 변호사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범죄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보다는 기업 입장에서 유력한 대통령 후보나 청와대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현실적으로 거절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은 “당시 이명박 후보자의 의사는 확인 안했다고 했지 않느냐. 김 변호사의 말만 믿었느냐”고 물었다.

이 전 부회장은 “김 변호사는 저와 아주 오랫동안 신뢰관계가 있는 사람”이라며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김 변호사 개인 생각이라기보다는 보고 체계에 따른 요청으로 이해했다. 그렇지 않으면 저희와 오랫동안 거래하는 사람이 그렇게 부탁했을 것 같지 않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2008년에도 이 전 대통령의 취임 후 김 변호사가 찾아와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삼성이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요청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반응에 대해서는 “그 때 ‘요청하면 그 때 하라’는 취지로 얘기하셨다”고 말했다.

변호인이 “왜 김 변호사와 함께 이 회장을 만나지 않았는가”라고 질문하자 이 전 부회장은 “김 변호사가 아무리 회장님과 안 지가 오래됐다고 해도 본인이 찾아가서 직접 이야기할 사안은 아니다. 만약에 가서 이야기하면 회장님이 면전에서 거절할 수 있다”며 “제가 보좌진에서 지위가 높으니 제게 이야기해서 회장님께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에도) 김 변호사가 ‘대통령을 뵙고 왔는데 삼성에서 지금까지 잘 해주고 있어 계속 지원받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이 회장에게) 당연히 보고했다. ‘그쪽에서 그렇게 하면 그러지 뭐’ 정도의 말을 하셨다“고 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사면이나 금산분리 등을 생각하고 지원했느냐”는 질문에 “어떤 특정한 사안에 도움 받아서 했다기보다 도와주면 회사에 유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답변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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