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보도…文정부 내에선 "개인적 감정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제2차 미북정상회담 전 북한 김정은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겨냥해 '거짓말쟁이(liar)'라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26일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복수의 한미 소식통을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해 12월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아버지 부시) 장례식에 참석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 김정은 위원장은 '라이어'다. 도대체 믿지 못할 인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시 미북은 2차 정상회담 재개를 놓고 물밑 대화를 이어가던 시점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우리는 '보텀 업'(실무 합의 후 정상 간 결정)으로 하려고 해도 그(김 위원장)는 정상 간 톱다운 방식으로 만나서 쇼만 하려고 한다. 그게 비핵화 협의를 망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 신문에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확인해줄 수는 없다"면서도 "미국에서 김정은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강하다는 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닌 데다 개인적인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후 정부 관계자와의 접촉에서 정의용 안보실장을 언급하며 역시 '라이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이 지난해 방북한 뒤 김정은에게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백악관에 전달했지만, 정작 북측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데 대해 '(정 실장의) 메시지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12월 정부 관계자들과의 대화에서 한국 정부의 남북 경협 추진 등을 거론하며 "비핵화 진전이 없는데 한국이 너무 나간다"고 언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개인의 감정적인 언사로 한미 공조가 흔들리지는 않는다"며 "한미 정상 간 신뢰는 여전히 두텁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약속을 중시하는 미국 사회에서 '라이어'는 단순히 거짓말쟁이를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욕설과 다름없는 표현"이라며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하노이 회담 후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우선 한미 간 이견부터 줄여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해설했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과의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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