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수소차 양산 계획보다 빨리 가겠다"…사측 "노조 의견일 뿐"

현대자동차 사측과 노동조합이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시점을 놓고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현대차 노조가 당초 2020년 하반기부터 1만 대 이상 수소연료전지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사측의 입장보다 1년가량 빠르게 2019년 11월부터 수소연료전지차를 양산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25일 현대차 관계자는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을 앞당긴다는 것은 노동조합의 입장일 뿐 사측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노조와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의견차가 있음을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울산에 있는 소규모 수소연료전지차 전용공장을 오는 11월까지 증설해 1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으로 키우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측은 노조의 주장이며 정해진 바 없다고 사실상 반박했다. 

현대차 노조는 투자 규모와 시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노조는 작년 12월에 사측에서 발표한 2030 수소연료전지차 로드맵보다 1년가량 시기를 앞당길 것과 투자 규모가 3000억 원에 달할 것, 생산 규모는 1만 1000여 대가 될 것이라는 등의 내용까지 밝혔고 1300명의 신규 채용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소연료전지차 수요 확대에 대한 불확실성 아직은 크다"

현대차는 현재 약 3000대의 수소연료전지차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작년 판매고는 1000대 미만에 불과해 국내 시장이나 해외 시장에서 수소연료전지차 수요에 대해 불확실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집중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차보다는 전기차가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차에 대한 연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수소연료전지차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10년간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엔진과 변속기 분야를 연구하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로 변신한 류연화 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에 비해 수소연료전지차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류 전 연구원은 "수소연료전지차 관련 기술이 발전해 첨단의 끝에 가더라도 결국엔 전기차와 경쟁에 밀릴 수밖에 없다"며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 수소차를 양산했는데 시장이 선택하지 않는다면 수소차 생산과 인프라 투자에 들인 돈은 하나도 회수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는 "전기차에 비해 수소연료전지차는 절대적으로 열효율이 낮다"며 "복잡한 수소연료전지차의 구조와 이에 따른 부품들로 차량 중량이 전기차보다 가벼울 수 없어 실주행 연비는 수소연료전지차가 전기차를 따라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관련 이미지.(연합뉴스 제공)

전기차가 대세가 되면 완성차 업계 주도권 배터리 제조사가 쥔다

전기차가 대세가 될 경우에는 전기차의 핵심 기술인 배터리를 제조하는 업체들이 완성차 시장의 '키플레이어'로 등장하게 된다. 그동안 완성차업체들의 경쟁력을 좌우하던 엔진이 사라지면서 각종 부품 구조가 단순해지고 자연스럽게 시장의 주도권이 변하게 되는 것이다. 

국내 산업구조로 살펴보면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 제조에서 국제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입김을 압도하게 된다는 의미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엔진이 사라진 자리에 수소공급장치와 각종 부품이 들어가고 전기차보다는 소량이지만 배터리도 들어간다. 수소연료전지차의 핵심기술인 연료전지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자동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 전기차보다는 수소연료전지차가 대세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시장, 전기차 대비…현대차와 다른 행보

현재 글로벌 완성차 시장은 전기차를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시장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큰 유럽시장도 전기차로 재편되고 있다. 

한국은행 최다희 과장과 고종석 조사역은 유럽 자동차 시장의 중장기 발전 방향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전기차의 약진을 전망했다. 중국 역시 공산당 주도로 전기차 시장에 대해 집중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국내의 배터리 제조사들이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보인다.

현대차, 실적악화-주가하락-美서 리콜까지 악재 이어져

현대차는 최근 몇 년간 주가가 하락하고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 엔진결합으로 리콜까지 진행하고 있어 실적 회복에 어려움까지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는 2012년과 2013년  8조 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2014년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 2014년 7조원대, 2015년 6조원대, 2016년 5조원대 2017년 4조원대로 매년 1조원 상당의 영업이익 규모가 줄었고 급기야 작년에는 2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최악의 실적을 보였다. 

최근 5년간의 현대차 주식 가치 역시 하강하고 있다. 2014년 주당 20만원대를 유지하던 현대차 주가는 2015년 10만 원대로 주저앉은 뒤 작년에는 10만 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12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에서 차량 화재 보고가 계속되자 비충돌 엔진 발화 위험이 있는 차량을 리콜하고 있다. 미국 고속도로안전국(NHTSA)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생산된 현대차 투싼 12만 대가 리콜 대상이다.

투자자 불안감 해소하지 못한 현대차, 文정부 협업에 집중

세계적인 기업들이 전기차에서 파생되는 자율주행차 상용화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현대차는 일본 도요타나 중국 바이두 등에도 밀려 자율주행차 부분에서 글로벌 경쟁력 15위에 머물고 있다.

최근 미국의 유력 기술조사업체인 내비건트 리서치(Navigant Research)는 자율주행차 출시가 예상되는 20개 회사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했고 현대차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국내에서 미세먼지 이슈로 LPG 차량 확대를 명령한 정치권에 발맞춰 LPG 차량을 출시했고 역시 정치권의 요구에 순응하면서 광주형일자리에 투자를 확정하는 등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현대차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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