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대구 민심 "위장경호라고 하는데 기관총을 왜 꺼내고 다니는거냐...대구를 뭘로 아는가"
문재인 정권 출범 후 한층 어려워진 경제-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정치보복과 인사 차별 불만도
전직 청와대 경호원 "위장경호 상태에서 방아쇠 부분까지 노출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따로 지시를 내렸는지 의문"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구 칠성시장 방문과 관련해 '기관총 노출' 대통령 위장 경호의 실패, 대통령 이동지역에 대한 사전 유출 등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펜앤드마이크 기자가 26일 대구에 내려가 시민들을 만나본 결과 대구지역 민심은 폭발 직전이었다. 특히 '기관총 노출 경호'에 대한 사실을 접한 시민들은 "대구를 뭘로 아느냐", "위장경호라고 하는데 기관총을 왜 꺼내고 다니는거냐"라며 분노했다. 나아가 이는 단순히 문재인 대통령의 칠성시장 방문과 관련해 일시적으로 표출된 감정이 아니었다. 대구 시민들의 분노는 문재인 정권 출범 후 한층 어려워진 경제 상황, 대구경북 지역 인사들에 대한 정치보복과 노골적인 인사 차별 등에 대한 불만사항들이 누적된 결과로 보여졌다.

대구의 한 택시기사는 "기관총을 꺼내놓고 보인 자체가 우릴 노골적으로 협박하겠다는 거 아니냐"며 "그럴려고 시장에 방문한거냐"라며 울분을 토했다.

한 칠성시장 상인은 "이렇게 살기 어렵게 해놓고 문 대통령에 대한 좋은 감정이 생길리 있겠냐"고 불만을 표했다. 다만 "상인 입장에서 대통령이 여기 (칠성시장에) 온다는 데 내가 물 한 바가지를 끼얹을 수는 없지 않겠냐"면서도 "여기 솔직히 지금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라고 반문했다.

26일 오전 9시경 기자는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동대구역으로 향했다. 오전 11시경 대구에 내려 처음 대화를 나눈 것은 택시기사였다. 50대 후반쯤의 남성으로 보이는 택시기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대구 시장 방문과 관련해 그는 5분 가량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택시기사는 "기관총을 꺼내놓고 보인 자체가 우릴 협박하겠다는 거 아니냐", "대구를 뭘로 아느냐"라며 격노했다.

나아가 "내가 정치엔 관심도 안쓸려고 하지만 문재인은 맨날 상대편 보복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다"며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것이 대통령이 할 일이지 여기와서 총 보이면서 협박하는 게 대통령이 할 일이냐"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집권하고 나서 대구 이곳 경제적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택시기사도 할 게 못된다. 시급으로 따지만 시간당 1만원도 못번다"라고 말했다.

이런 저런 불만을 듣는 도중 칠성시장에 도착했다. 택시기사에게 칠성시장에 대한 궁금한 점들을 묻자 "요즘 칠성시장이 어렵다. 개발은 해야되는데 아마 개발하면 어떤 사람한테는 손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몇몇 상인들이 반대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하자 오래된 건물과 나이 지긋이 든 상인들이 보였다. 가는 곳 마다 직접 상인들에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과 관련한 논란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상인들은 문 대통령 집권 후 심각하게 어려워진 경제에 대한 불만이 더 컸다.

한 채소가게 상인은 "아주 살기는 참 어렵게 해놓고 오긴 온다 그래서 구경은 갔는데..."라며 말 끝을 흐리자 옆에 서있던 한 아주머니가 "문재인 대통령 좋아하는 사람이 여기 어딨어!"라고 큰소리를 냈다. 큰 목소리에 사람들이 시선이 쏠리자 삼삼오오 주변 상인들이 모여 들기 시작했다.

불만을 표출한 아주머니는 "문재인 대통령 그 X은 뭐하러 여길 왔다갔냐"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상인들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는 뒤로 하더라도, 그것과는 별개로 경제가 어려우니 대통령이 이곳에 방문하는 것 자체를 마냥 반대할 순 없지는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한 상인은 "대통령이 시장에 온다는 데 우리야 뭐 반대할 이유는 없다"라고 말하면서도 '기관총 노출'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생각하는 게 뻔하지 않냐"라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상인은 "제발 잘 살게만 해달라는 게 상인들 생각이지, 정치인들이 여기 시장와서 뭐 그런 논란거리 만드는 거 자체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라면서 "대통령이 여기 (칠성시장에) 온다는 데 내가 나서서 물 한 바가지를 끼얹을 수는 없지 않겠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기관총 노출 경호'와 관련해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부를 거쳐 11년간 청와대 경호원 생활을 했던 최 모씨(61)는 "청와대가 기관총 노출은 문제가 없다며 내놓은 사진들을 보면 인천공항에서 '제복을 입고 하는 경호'로서, 이 사진을 '사복을 입고 하는 위장경호'와 비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를 방문했을 당시에도 위장경호를 이런식으로 노출하면서 한 적은 없었고, 절대 그래선 안된다"다고 말했다.

나아가 "개인적으로 추측하건데, 사복을 입은 상황에서 저렇게까지 기관총 총구 뿐만 아니라 방아쇠 부분까지 노출한 것은 상급에서 따로 지시를 내리지 않는 한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경호원의 개인적인 실수라고 보기엔 11년간 경호생활하면서 느꼈던 경험을 생각했을 땐 공감할 수 없고, 의도적이었다는 의문이 강하게 든다"라고 밝혔다.

대구=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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