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광주지방법원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23일 광주에서, 최근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법 재판에 출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88)을 향해 “물러가라”고 소리를 지른 초등학생들을 응원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는 ‘5.18역사왜곡처벌법 제정과 전두환 처벌 촉구 광주전남시도민대회’가 열렸다. 최근 민주당이 발의한 5.18 역사왜곡처벌법은, 광주사태를 재해석하려는 의견은 제기조차 하지 말라는 식의 법안으로 논란에 휩싸여있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역시 아직 진행 중이다. 이 자리 한켠에는 ‘멋짐폭발 동산초 아이들 응원글 남기기’ 부스가 마련됐다.

이 부스에는 광주사태 왜곡 처벌법안 등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붙인 것으로 추정되는 ‘동산초 학생들이 자랑스럽다’ ‘작은 목소리 멋있다’ ‘동산초 아이들 우리의 꿈나무예요’ 등의 글들이 붙어있었다.

이 초등학교 학생들은 지난 11일 재판에 출석하는 전 전 대통령에게 소리를 질러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런 초등학생들에게 일부 광주 시민은 “아유 예쁘다” “역사의 힘이다” “어른들이 안하니 애들이 한다”는 등 격려도 한 바 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정치성을 띈 것으로도 보이는 이날 시도민대회에서 “학생들, 누가 시켜서 했느냐”라며 “정의가 무엇인지, 올바르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초등학생들도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이 정의로운 아이들을 겁박하고 있는 무리들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전혀 위축되지 않고 바르게 자라서 바르게 이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는 인재로 길러야 한다”며 “선생님들이 그 일에 앞장서왔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할 것이다. 동산초뿐만 아니라 광주의 모든 학생, 대한민국 모든 초등학생들이 올바른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잘 지도해야 한다”며 오히려 초등학생들의 해당 정치 구호 제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15일 광주 동산초 앞 우파 단체들의 기자회견에 항의하는 광주 시민들. (사진 = 자유연대 유튜브 스트리밍 영상 캡처)
지난 15일 광주 동산초 앞 우파 단체들의 기자회견에 항의하는 광주 시민들. (사진 = 자유연대 유튜브 스트리밍 영상 캡처)

몇몇 우파단체들은 동산초의 좌편향 교사들이 정치 교육을 했다며 규탄에 나서기도 했다. 자유연대, 자유대한호국단, 턴라이트, GZSS 등 우파 단체들은 15일 오전 광주 동구 동산초등학교 앞에서 ‘광주 동산초 아이들이 교실 창문에 매달린 채 일탈행위를 하는데도 학생들의 안전에 뒷전인 동산초 교장, 교감은 즉각 사퇴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학교 측에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그런데 이 단체의 기자회견 당시에도, 몇몇 광주 시민들이 “학교 앞에서 뭐하는 짓이냐” “회견을 중지하지 않으면 수업 방해로 신고하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항의를 하는 일부 사람들 뒤로는 X자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줄지어 서기도 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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