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폭로 이후 한국당 고발로 수사 나선 검찰, 결국 청와대 겨냥... 앞서 환경부 인사 등 조사 이어져와
환경부 외에도 정부 다른 부처 산하기관 임원에도 靑 압력 있었을 것이란 진술 및 폭로 나오기도
靑, 김은경 구속영장 보고 "장관 인사권과 감찰권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법원 판단 지켜보겠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는 김용남 자유한국당 전 의원(좌), 청와대 지시를 따랐다는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가운데), 의혹 등을 부인하는 발언을 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우).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는 김용남 자유한국당 전 의원(좌), 청와대 지시를 따랐다는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가운데), 의혹 등을 부인하는 발언을 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우).

청와대가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 산하기관 인사에 불법 개입해 ‘친한 사람'만을 앉히려 했다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가 결국 청와대로 향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주진우 부장검사)는 22일 청와대 지시를 환경부 인사에 반영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재인 정부 장관 출신 인사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검찰의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 청구는 지난해 12월 26일 자유한국당이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폭로한 내용에 따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등을 고발한 데 대해 진행된 것이다. 한국당은 추가로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 등을 고발하기도 했다. 다만 김 전 장관 측은 이같은 내용을 부인해왔지만, 검찰은 수사 와중 환경부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보훈처 등 정부 다른 부처에서도 청와대의 불법 인사개입이 있었다는 정황을 파악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12월 김 전 수사관이 폭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한국환경공단 외에는 특별한 동요나 반발 없이 사퇴 등 진행 중’ 이라는 설명이 담겨있다. 문건 공개 후 수사에 나선 검찰은, 환경부 전 직원들과 연관 산하기관 임원 등을 조사했고, 청와대가 내정한 인사의 서류에 ‘낙점’ 표식이 있었다는 점 등을 확인했다. 김 전 장관은 청와대 지시를 받고, 전 정부 출신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았다. 현행법상 정부 부처 산하기관 공모 절차에 청와대나 관련 부처가 개입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환경부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달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종합상황실에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수사관들이 박스를 들고 들어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환경부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달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종합상황실에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수사관들이 박스를 들고 들어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청와대는 당초 이같은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청와대 상부 인사(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 등)가 해당 문건을 보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다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관련 증언 및 증거들이 쌓이자, 청와대는 “환경부 감사는 적법한 감독권 행사다. (생산된 문건은)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따위 해명을 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가 청와대까지 이어진 것은, 수사 진행 상황에서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이 늘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김현민 한국환경공단 감사가 사퇴한 뒤 후임 자리를 공모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청와대에서 내정했다는 소문이 돌던 한겨레 출신 박모 씨가 추천됐고, 박모 씨는 서류 심사 이전에 면접 관련 정보를 사전에 받았다. 박 씨는 이 공모 서류 심사과정에서 탈락했지만, 이 탈락 이후 환경부는 청와대 인사균형비서관실(신미숙 균형비서관)로부터 질책을 받아 반성문 성격이 담긴 문건을 청와대에 제출하기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김 전 장관의 정책보좌관이었던 이모 씨는 청와대에 들어가 해명을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후 환경부는 청와대의 문책을 받고, 환경공단 상임감사 1차 공모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었다. 서류 심사를 통과한 사람들을 전부 탈락시키고 재공모에 들어간 것이다. 다시 공모에 들어간 상임감사에는 또 다른 청와대 내정 인사가 들어갔다. 노무현재단 기획위원과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환경특보를 지낸 유성찬 씨였다. 검찰은 환경부가 유 씨에게도 면접 관련 질문을 사전 전달했다고 보고 관련 증언 등을 확보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해당 보도가 이어지자, 다른 부처에서도 폭로가 이어지기도 했다. 과기부와 보훈처에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내 다른 산하기관 인사들에까지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은 현 정권 추천 인사들이 산하기관 임원 상당수에 앉은 것으로 본다. 향후 수사에는, 이 과정에 청와대 압력이 있을 지를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동부지검 형사6부가 김 전 수사관이 폭로한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 청와대 안에 들어가지 않는 ‘임의제출‘ 형식 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을 들어 ‘청와대 눈치보기‘ 식 수사를 예상하기도 한다. 다만 이날 청와대 지시를 이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평가되고도 있다.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오는 2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동부지법에서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허가되는 경우,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윗선'까지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다만 김 전 장관 측은 앞선 검찰 조사 등에서 혐의와 의혹 등을 전부 부인해왔다.

김 전 장관에 대한 검찰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장관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전하면서도 “과거 정부 사례와 비교해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고도 덧붙였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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