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검 불기소결정문…울산경찰 피의사실공표 남발-혐의소명 부족-부실수사 대대적 비판
"혐의입증 증거 찾으라" 檢 수사지휘에도 警 "지금도 충분" 보강수사 없이 기소의견 송치 반복
"수사 공정성과 정치중립성, 수사권 남용 논란 야기한 신중치 못한 기소…책임 다하지 못한 것"
한국당원들 대전경찰 찾아 '황운하 파면' 요구, 울산지검엔 '황운하 고발사건 수사' 촉구
중앙당-원내에선 황운하 특검 발의 준비도…檢 황 청장 수사 이행시 警과 충돌할 듯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황운하 당시 청장 체제의 울산지방경찰청이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서실장 등 측근들을 수사 강행한 것과 관련, 검찰이 울산경찰에 대해 '혐의 입증이 전혀 없이' 수사권을 남용해 정치중립성을 상실했다고 질타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국민일보와 조선일보 등에 따르면 검찰은 김기현 전 시장 측근 측근들에 대해 울산경찰이 기소의견 송치한 사건을 '혐의 없음' 처분한 불기소 결정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울산지검은 앞서 지난 15일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이던 박모씨 등 의 직권남용,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울산경찰은 지난해 3월부터 9개월간 수사를 벌인 끝에 기소 의견으로 울산지검에 사건을 송치했지만 무혐의로 결론난 것.

 김기현 전 울산시장(오른쪽)이 지난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및 김경수-드루킹 특위 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울산지검의 불기소 결정문은 총 95쪽 분량으로 작성됐는데, 검찰은 이 중 60여쪽을 사건의 특수성과 경찰 수사 상황 및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할애했다고 한다. 결정문엔 "혐의 입증이 전혀 없다" "무죄 선고가 뻔한 사건"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울산경찰은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지난해 3월16일 울산시장 비서실장실 등 사무실 5곳 압수수색을 벌였다. 현직이던 김 전 시장이 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공천을 받은 날이었다. 

이때를 전후해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인 박모씨 등 측근 2명이 2017년 울산의 한 레미콘 업체 사장이 아파트 공사 현장에 납품을 할 수 있게 뒤를 봐줬다는 혐의(직권남용)까지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당시 김 전 시장 등은 "울산 업체의 자재를 더 많이 사용하도록 한 관련 조례에 따른 적법한 업무 처리로 직권남용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한국당에서는 중앙당 수석대변인·대변인 논평 등으로 경찰을 '미친개'에 비유하고, 홍준표 당시 당대표가 '경찰로의 수사권 이양이 이대로는 불가능겠다'는 취지로 공개비판하는 등 정치적·정략적 수사 논란이 일었다.

불기소 결정문은 '정치개입 수사 및 피의사실공표 논란'이란 문패를 달고 시작한다. 경찰청이 2017년 12월 김 전 시장과 측근들에 대한 범죄첩보를 울산경찰청에 하달했다고 검찰은 지목했다. 정권에 의한 '하명 수사'일 가능성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경찰은 이후 3개월가량 내사를 벌이다가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지난해 3월13일 수사를 개시했다. 피의자 입건과 압수수색 영장 신청 과정을 거쳐, 사흘 뒤 김 전 시장 공천과 함께 시장 비서실 등 압수수색이 벌어졌다. 검찰은 "직권남용 여부에 대해 판단이 어려운 상태였음에도 압수수색영장의 구체적 피의사실이 언론에 그대로 노출됐다"고 결정문을 통해 지적했다.

현행법상 피의사실공표죄에 어긋날 수 있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울산지검은 또 결정서에 반복해서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임을 강조해 정치적 수사를 의심했음을 드러냈다.

경찰은 지난해 3월29일 사건 연루자들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로 신청했지만 법원은 '김 전 시장 측의 의견에 대한 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혐의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보완수사 없이 선거를 40일 남긴 5월3일 김 전 시장 측근 2명과 레미콘 업체 사장 등 3명의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수사지휘를 하던 검찰은 "혐의 입증이 안 됐다"며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하고 보완수사를 지시했는데도, 경찰은 5월11일 기소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결과와 무관하게 경찰의 영장신청, 사건 송치 등 행보가 드러날 때마다 경찰이 간주하던 피의사실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검찰이 내린 결정은 '경찰은 혐의에 대한 입증을 전혀 하지 못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울산경찰이 피의자들의 구속영장에 담은 혐의는 2개였다. 직권남용과 뇌물 혐의다. 김 전 시장의 측근 등은 '울산 지역의 레미콘 업체가 좋겠다'는 취지의 말은 했지만 특정 업체를 거명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누구 뒤를 봐줬다고 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뇌물 혐의 역시, 경찰은 김 전 시장 측근들이 레미콘 업자에게 특혜를 주고 그 대가로 2017년 세차례 골프 접대(70여만원) 등을 받았다고 했지만 이 중 한 차례는 오히려 김 전 시장 측이 계산한 카드 명세서가 나왔다고 결정문은 밝히고 있다. 다른 한차례 골프는 세사람이 만났다는 물증이나 증언 자체가 없어, 경찰의 부실수사가 드러난 셈이다.

검찰은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아 달라"며 지난해 5월과 7월, 9월 등 수차례에 걸쳐 보완 수사를 지시했다. 마지막으로는 경찰에 '혐의 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넘기라고 지휘했다. 경찰은 "지금으로도 충분하다"며 같은해 12월 다시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보냈다.

검찰은 올해 3월15일 김 전 시장 측근 등 3명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결정문에 "경찰이 검사의 지적을 무시하고 거듭 동일 증거와 무리한 법리해석을 토대로 사건을 송치했다"면서 울산경찰 수사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검찰은 특히 "증거가 부족해 무죄 선고가 뻔한 이 사건에 관해 '아니면 말고' 식의 신중하지 못한 기소 의견 송치"가 있었다며, "피의사실이 지속적으로 공표되는 등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수사권 남용의 논란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신중하지 못한 기소 의견 송치는 수사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오른쪽·현 대전지방경찰청장)을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둔 김기현 전 울산시장 표적·정치수사 의혹으로 직권남용 혐의 고발한 바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당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 이후 "희대의 선거공작 사건" "도둑맞은 선거"라고 규탄하고 있다. 한국당 당원 80여명은 21일 오후 대전경찰청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 당시 울산경찰청장이던 황운하 현 대전경찰청장의 파면을 요구했다. 또 다른 당원들은 울산지검을 찾아 한국당에서 황 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 수사를 조속히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보다 하루 앞선(20일) 김 전 시장은 한국당 지도부와의 연석회의에 참석해 "황 청장이 무리한 수사로 6·13 지방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했고 불기소 결정은 전형적인 (경찰의) 공작수사였다는 증거"라며 "고의적·계획적으로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중앙당·원내에서는 황 청장을 겨눈 특검법 발의 준비에도 들어간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황 청장은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고소·고발, 범죄첩보 이첩 등에 따라 진행된 정상적 수사였으며 선거 때라 엄정중립을 지키려 노력했다. 특검을 환영하며 검찰의 무혐의 결정이 과연 정당했는지 제대로 밝히자"고 반발했다. 한편 검찰이 황 청장을 수사할 경우 검·경간 정면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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