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순천 반란을 여순항쟁으로 표현하는 모습.(연합뉴스 제공)
여수·순천 반란을 여순항쟁으로 표현하는 모습.(연합뉴스 제공)

1948년 군 내 좌익 세력 중심으로 무장 반란을 일으켰던 국군 제14연대 반란 사건(여수·순천 반란 사건)과 연루돼 사형된 이들에 대한 재심이 열리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21일 내란 및 국권 문란 혐의로 1948년 사형을 선고받았던 장모 씨 등의 재심 개시를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장 씨는 1948년 10월 국군이 반란군으로부터 순천을 탈환한 직후 반란군을 도왔다는 혐의가 적용돼 체포됐다. 당시 군사법원은 22일 만에 그에게 사형선고를 내려 형을 집행했다.

법원이 판결을 바꾼 것은 소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부터다. 이 위원회는 군과 경찰이 438명의 순천지역 민간인을 내란 혐의로 ‘무리하게’ 연행해 살해했다는 결론을 냈다. 이에 장 씨의 유족 등이 사건 60년이 넘게 지난 2013년 재심을 청구한 것이다.

1심은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렸다. 1심 재판부는 “당시 판결문에 구체적인 범죄사실의 내용과 증거요지가 기재되지 않았고, 순천탈환 후 불과 22일 만에 사형이 선고돼 곧바로 집행된 점 등에 비춰보면 장씨 등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없이 체포·구속됐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반란군을 도왔다가 사형을 당한 장 씨의 편을 들어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검찰은 “유족 주장과 역사적 정황만으로 불법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항고했지만, 광주고법 2심도 1심 재심 결정이 옳다고 봤다.

검찰은 2심에도 재항고했지만, 이날 대법원은 “(장 씨 등은) 적법한 절차 없이 체포·감금됐다”며 유족 주장과 역사적 정황만으로 재심 개시를 결정한 셈이다. 14명의 대법관 중 10명은 원심에 동의했다. 다만 조희대·이동원·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피고인들이 사형 판결 집행으로 사망했는지 의문”이라며 재심에 반대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 기관들의 ‘역사 재해석’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 김일성 지령을 받고 행동했던 조직원 8명을 처형한 1974년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구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후 국가보훈처도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올해 업무보고를 하며 ‘기존 독립유공자도 공적을 다시 전수조사해 소위 ‘친일 행위’가 있다면 서훈을 취소한다고도 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