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웅 칼럼] 한국 언론인들, 이제 '진실 보도' 위해 궐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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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대표 연설에, 더불어민주당 반민주적 연설 방해
대한민국은 친문과 반문 종족으로 편 갈라 싸우는 內戰 상태
親文 종족주의(tribalism) 매체들은 일방적 편들기 보도에 함몰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양식 있는 언론인들은 진실 보도 위해 궐기해야
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
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고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읽었던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수필이 문득 떠오른다. 그 제목을 패러디하여 최근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들’을 비통한 심정으로 살펴본다.

역시 우리를 가장 부끄럽게 한 건 단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행한 ‘문재인,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 연설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벌인 일련의 무모한 반발이다. 문제는 그러한 반발이 문 대통령의 품위를 높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제적으로 여러 차례 큰 망신을 당하게 한 것이다.

‘문, 김정은 수석 대변인’은 작년 9월 26일 신뢰도 높은 미국의 경제통신 블룸버그가 처음 보도한 기사의 제목이다. 기사는 "김정은은 이번 주 뉴욕의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았으나, 그를 칭송하는 사실상의 대변인을 얻었다. 바로 한국 대통령 문재인이다"로 시작한다. 기사 내용에는 ‘수석 대변인’이란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 기사는 당시 국내에서도 보도됐지만 더민당 의원들이 모두 휴가를 갔었는지 아주 조용했다. 청와대도 말이 없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 때 벌써 국제적 조롱의 대상이 되는 1차 피해를 당했다.

성폭력 피해는 때로 2차 피해가 더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다. ‘김정은 수석 대변인’ 경우도 유사하다. 더민당의 당대표, 원내 대표, 그리고 충성심을 내보이려는 몇몇 의원들의 신중치 못한 언동 때문에 문 대통령이 2차, 3차 피해를 당해 아주 불쌍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문 대통령의 2차 피해는 연설 당일에 나왔다. 나 대표는 직설적으로 문대통령을 공격하지 않았다. 나름 예의를 갖췄다.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주십시오.”라고 호소하듯 말했다.

그런데도 더민당 의원들은 의석에서 고함을 지르고 단상에까지 몰려나가 삿대질을 하고 소란을 피워 연설이 20여 분간 중단됐다. 문제는 이런 민주당 의원들의 반민주적 행패가 국내외적으로 또 크게 보도되어 ‘문재인, 김정은 대변인’ 이미지를 더 굳어지게 한 것이다. 더구나 지난 3월 12일 국회에서 연설 방해 소동이 있은 후, 워싱턴 포스트는 문재인의 김정은 대변인 역할에 대한 비판은 “한국 정치권뿐만 아니라 워싱턴과 유엔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참말로 부끄럽다. 이에 더하여 이해찬 더민당 대표가 이미 폐기된 '국가원수모독죄'를 거론하며 처벌 운운한 발언도 우리를 크게 부끄럽게 했다. 인터넷에는 그의 작취미성(昨醉未醒)을 의심하고 조롱하는 댓글이 달렸을 정도다. 더민당 때문에 문 대통령은 가만히 앉아서 2차 피해를 당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3차 피해도 더민당이 자초한 것이다. 이해식 대변인이 한밤중에 봉창 두드리듯 6개월이나 뒤늦게 성명을 내고 기사를 쓴 한국인 기자의 실명까지 밝히며 인신공격하고 협박한 우행(愚行)을 벌였다. 성명은 “악명 높은 기사”를 쓴 기자는 “국내 언론사에 근무하다 블룸버그 통신 리포터로 채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문제의 기사를 게재했는데,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인신공격하고 겁을 주었다. 참말로 부끄럽다. 어느 신문의 지적대로 “사실상 친문 네티즌들에게 '공격 좌표'를 찍어준 것으로 인터넷에는 이 기자에 대한 원색적인 욕설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해외 100여개 언론사의 500여명이 가입한 ‘서울외신기자클럽(SFCC)’과 1500명의 회원을 가진 ‘아시아 아메리칸 기자협회(AAJA)’가 이례적으로 각각 성명을 내고 “기자 개인에게 가해지는 인신 공격적 비판에 명백히 유감을 표한다.” “해당 기자가 신변의 위협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이러한 위협들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자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언론의 자유를 해치는 행위이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어떤 경우에도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준엄하게 꾸짖으며 항의했다. 뒤이어 블룸버그 통신 대변인도 “블룸버그는 보도된 기사와 기자를 존중하며 지지한다.”고 더민당 대변인의 성명을 무시하듯 딱 한마디 언급했다.

위의 기사들도 국제적으로 널리 보도되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더민당이 문재인 대통령을 물 먹이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더민당 성명이 문 대통령이 3번째 피해를 당하도록 역효과를 낸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치졸하고 몰상식한 성명을 내게 한 의사 결정 과정을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제발 집권 여당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위해서도 문 대통령이 더 이상 김정은 대변인으로 거론되는 일이 없도록 언동을 삼가기 바란다.

어찌 우리를 부끄럽게 한 것들이 ‘김정은 대변인’ 춘사(椿事)만이겠는가? 분야별로 살펴보면 수십 가지가 넘을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는 꼭 지적하고 넘어가야겠다. ‘5.18 광주운동’과 ‘빨갱이’를 같은 반열에 세우고 똑같이 ‘정치적 금기어(political correctness)’로 만들어 그걸 비판하고 지칭하면 처벌하거나 친일파로 몰겠다는 문 정권의 전체주의적 발상은 우리를 크게 부끄럽게 한다. 또 자랑스러운(?) 5.18 유공자 명단을 밝히지 않고 계속 버티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문재인, 김정은 대변인’과 관련된 소동이 다른 곳도 아니고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1주일 이상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친문(親文) 종족주의(tribalism) 매체들은 자한당 나 대표의 연설에 대해서는 “시정잡배 식”, “저주” 같은 막말을 사용해 거칠게 비난했으나, 블룸버그 기사를 쓴 한국인 기자를 인식 공격하고 위협한 더민당 대변인의 성명과 그에 대한 서울 거주 외국 언론인 단체의 엄중한 항의와 질타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이 입을 닫고 있다. ‘펜앤드마이크’ 보도에 따르면 ‘한국기자협회’와 이름도 거창한 ‘민주언론시민연합’도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고 한다. 3월 15일자로 발간된 ‘방송기자 저널’도 나 대표 연설과 관련된 기사는 한 줄도 다루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지금 친문과 반문 종족이 편을 갈라 싸우는 사실상의 내전(內戰) 상태다. 그 첨병이 보도 매체다. 사실 한국 좌파는 엄밀하게 말해 어떤 이념에 바탕 하여 형성된 집단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름부터 친문이니 하고 종족 추장의 성씨를 갖다 붙인다. 어떻든 친문 종족주의 매체의 일방적 편들기 보도에는 몇 가지 특징이 보인다. 1) 친문 종족에게 유리한 기사는 미화하여 크게 보도한다. 불리한 기사는 작게 취급하거나 아예 뺀다. 2) 반대로 반문 종족에게 유리한 기사는 폄훼하고 주변부화 하여 가급적 작게 취급한다. 불리한 기사는 과장하여 대서특필한다. 3) 더구나 나 대표 연설처럼 작게 보도하기 힘든 기사는 오히려 거칠게 비난한다. 친문 종족주의 매체를 장악하고 있는 권력바라기 ‘보도 요원’들에게는 친실 추구라는 저널리즘의 으뜸가는 가치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영국의 어떤 저명한 미디어 학자는 언론을 “명예로운(honorable) 전문직(professional)”이라 불렀고, 우리가 잘 아는 워터게이트 특종 때 미국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을 역임한 밴 브래들리는 심지어 “신성한(holy) 전문직”이라 불렀다.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양식 있는 언론인들이여, 진실 보도를 위해 떨쳐 일어나라. 그리하여 우리도 가까운 장래에 대한민국 언론을 명예롭고 신성한 전문직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민웅 객원 칼럼니스트(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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