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회장 "거래의 성격 등에 대한 고려없이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에게 과세하는 것은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위배"
법원 "수혜법인의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보유한 경우도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에 포함됨으로 증여세 납세 의무자에 해당"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62)이 자신이 납부한 증여세 270억원은 부당하다며 세무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 소송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영업이익을 서 회장의 '사익 편취'로 간주하고 이에 따른 증여세 부과가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20일 인천지법 행정1부(정성완 부장판사)는 서 회장이 남인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경정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 회장은 2014년 10월 해당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었다며 이미 낸 증여세 270억원을 환급해 달라고 남인천세무서에 청구했다가 거부당한 바 있다. 이에 서 회장이 행정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대표이사인 서 회장은 두 회사 간 거래로 2012년 귀속 증여세 116억원을, 2013년 귀속 증여세 154억원을 2013∼2014년께 국세청에 납부했다. 셀트리온 매출액 중 헬스케어에 판매해 얻은 매출 비율이 2012년 94.57%, 2013년 98.65%에 달하기 때문이다.

법원은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6.99%를 통해 셀트리온지분(20.09%)은 간접, 셀트리온 헬스케어 지분(50.31%)은 직접 보유했으니 "서 회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지배주주가 맞다"며 "상속 및 증여세법에 명시된 조건만 충족되면 국세청이 과세하는 것이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라고 판시했다. 

상속세와 증여세법에 따르면 특수관계법인과 수혜법인 사이에 일정한 비율을 초과하는 거래가 있으면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세후 영업이익 중 일부분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한다. 

이는 세법상 '완전포괄주의' 증여세라 통칭되는 개념으로,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세법 개정을 통해 세법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더라도 유무형의 재산을 직간접적으로 무상이전하는 것 등은 모두 증여에 포함시키기로 했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해당 법률은 특수관계법인과 수혜법인 사이의 거래가 일정한 비율을 초과하기만 하면 거래의 성격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일정한 이익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과세하게 돼 있다"며 "이는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셀트리온 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이 해외에 셀트리온 제품의 판매를 추진할 당시 위험 분담을 위해 다국적제약회사, KT&G 등 파트너사를 찾았지만, 이들이 모두 제안을 거절해 셀트리온 헬스케어를 설립했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매출 대부분이 셀트리온으로 부터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위배된다"는 서 회장의 주장에 "해당 법률 조항은 직접 명확하게 과세 요건의 본질적인 부분을 규정하고 있다"며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수혜법인의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보유한 경우도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에 포함된다"며 "원고는 셀트리온의 지배주주로서 증여세 납세 의무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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