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한미 양국 군의 전쟁 지휘 극비 벙커인 경기 성남의 ‘탱고’ 지휘소와 군산 공군기지와 관련한 예산을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용 예산에 쓸 수 있도록 전용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AP·로이터 통신과 CNN은 미 국방부가 의회에 이런 내용을 담은 21쪽 분량의 국방 분야 건설사업 목록을 보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경 장벽 건설 사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최종 승인한 올해 예산안에 자신이 요구한 국경 장벽 예산 57억 달러에 턱없이 못 미치는 약 14억 달러만 배정하자 15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면 행정부는 의회의 동의 없이 총 66억 달러의 예산을 전용해 장벽 건설에 쓸 수 있다.

전용 검토 대상으로 제출된 목록에는 미국과 전 세계에서 진행될 총 129억 달러(약 14조 6천억 원) 규모의 사업 수백 개가 담겼다. 국방부는 필요할 경우 이 중 36억 달러(약4조800억원)를 전용해 장벽 건설에 쓸 계획이다.

CNN은 이날 미 국방부가 의회에 국경 장벽 건설 예산으로 전용하기 위한 국방 분야 사업 목록을 보냈다며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미국과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백 개의 국방 분야 사업들이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해 이 사업들에 배정된 예산은 43억 달러(약 4조 8600억 원), 올해 책정된 예산은 68억 달러(약 7조 6900억 원)에 달한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에 제출된 목록에는 작년 말 기준으로 아직 예산이 지원되지 않은 국방 건설 사업이 모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는 한미 연합사령부의 핵심 시설인 성남의 탱고 지휘통제시설 사업과 군산 공군기지의 드론 격납고 사업이 전용 대상에 포함됐다. 성남 탱고 지휘통제시설에는 올해 1750만 달러, 군산 드론 격납고 사업에는 지난해 5300만 달러의 예산이 배정됐다. 주일 미군의 경우 가데나 공군기지의 1000만 달러짜리 사업 하나만 들어갔고, 독일에선 5개 주둔 기지의 사업이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성남 탱고(TANGO) 지휘소는 한미 연합사령부의 전시 지휘통제소다. 유사시 한미 양국 군의 두뇌이자 심장부라 할 수 있다. 탱고는 ‘Theater Air Naval Ground Operations’의 약어로 ‘전구(戰區) 육해공 작전 지휘소’라는 의미다. 1970년대 성남의 한 산속 화강암 터널 내에 극비 시설로 만들어졌다.

탱고는 적의 핵무기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강력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돼 있다. 생화학무기 공격에도 대처할 수 있다. 외부 지원 없이 약 2개월간 생활할 수 있다. 미로처럼 이어진 내부에 회의실, 식당, 의무실, 상하수도 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한미 양국 군은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에도 불구하고 전작권의 한국군 전환 때까지 탱고를 계속 유지하고 시설을 개선할 계획이었다.

군산 공군기지는 주한 미7공군 예하 8전투비행단 소속 F-16 전투기 2개 대대(35·80 비행대대), 미 공군 순환배치 비행 대대(1개 대대), 한국군 38비행전대 1개 대대 등이 배치돼 있다. 오산기지와 함께 대표적인 주한 미 공군기지이자 한미 양국 공군 전투기가 함께 배치된 유일한 기지다.

예산 전용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상은 군산기지 내 MQ-1C ‘그레이 이글’ 무인공격기 격납고 공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이 이글은 최대 30시간 동안 적진을 정찰할 수 있다.

다만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목록은 아직 검토 대상이기 때문에 예산 전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의회는 앞으로 이 목록을 검토해 비상사태 선포로 영향을 받지 않을 사업들을 찾아내게 된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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