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바른정당계 중심으로 의총 소집요구…지상욱 "8명에 4명 정도 더 패스트트랙 반대"
당론추인 없이 가겠다는 김관영 원내대표에 반발 커져…"다수의견 아니면 사퇴" 우회
4시간40분 걸친 의총…김관영 "공수처법 당론 관철 안되면 패스트트랙 진행 않겠다"

이른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공직선거법 개정안 및 여권발(發) 관심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강행여부를 놓고 바른미래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 간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겸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은 패스트트랙은 안 된다"며 "과거에 지금보다도 훨씬 다수당의 횡포가 심할 때도, 선거법하고 국회법은 숫자의 횡포로 결정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대표는 "선거법은 게임의 규칙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과거 어떤 다수당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는 최종합의를 통해 했던 게 국회의 전통"이라며 "21대 국회가 또 다수세력이 나타나서 국민이 잘 모르는 선거법 갖고 와서 자기당에 유리하게 하는 길을 처음 터주는 사례가 되기 때문에 선거법은 패스트트랙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걸 우리당의 입장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이 3월20일 오전 국회에서 당 의원총회를 진행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김중로 의원은 "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자체가 싫다"며 "당내 의원 절반 정도의 찬성을 갖고 당론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언주 의원은 김관영 원내대표를 겨냥 "(추인이) 안 되면 사퇴해야 되지 않느냐"며 "(당론 채택 여부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의총은 유승민·정병국·이혜훈·하태경·유의동·지상욱·이언주·김중로 의원 등 8명이 의총 소집 요구서를 제출하면서 이뤄졌다. 

발단은 김관영 원내대표가 앞서 19일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당론 채택 요구에 대해 "당헌·당규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패스트트랙은) 당론을 모으는 절차가 의무 사항은 아니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지상욱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 소속의원들의 추인을 받아야 하는, 당헌에 적시된 절차도 무시한 채 결과에 있어서도 여당과 정의당에만 이로운 선거제도와 주요 법안들을 왜 이렇게 처리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공개비판했다.

지 의원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도 자유한국당을 뺀 4당 지도부가 도출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내용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는 분도 계시고, 저처럼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반대하고 패스트트랙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그 두 법안을 연계하는 것에도 반대하고 그 (공수처 설치-검경수사권 조정 등) 절차에 대해서 반대하는 분들도 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에 관해선 "본인 속 마음이 다 나와 있다"며 "의견 수렴을 안 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고, 당론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인정한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8명의 의총 소집 요구 의원 외에도 옛 국민의당 출신 권은희 의원과 박주선 전 공동대표 등 4명 정도가 선거법-연계법안 패스트트랙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같은날 오전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패스트트랙을 가야 될지 말아야 될지를 정하는 이 문제는 본회의장 투표와 무관하기 때문에 재적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을 얻는 경우에 해당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렸을 뿐"이라고 했다.

당일 의총에서 당론을 정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며 "추인의 대상도 없다"고 했었다. 다만 "패스트트랙에 들어가선 안 된다는 의견이 다수라면 제가 협상을 잘못한 것이고 그동안 방향을 잘못 이끌어온 것이기 때문에 제가 그 부분에 관해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패스트트랙 찬성이 다수가 아닐 경우 사퇴한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그는 지 의원에 대해선 "민감한 시기에 저한테 전화도 안 하고 일방적으로 (페이스북에) 본인의 생각을 쓰셨는데 상당히 유감"이라고 각을 세웠다.

한편 이날 의총은 비공개로 총 4시간40분에 걸쳐 진행됐다. 김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선거법과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일괄 상정과 관련해 "앞으로 꾸준히 의견을 더 모아나가기로 했고 원내대표와 사개특위 간사가 책임감을 갖고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종 협상안이 도출되면 그걸로 다시 의총을 열어서 최종 의사결정을 하기로 했다"면서, "오늘 결정된 사안은 공수처법과 관련해서 저희 당의 당론을 정하고 반드시 관철시키도록 요구하기로 했다"며 "이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더 이상 패스트트랙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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