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연구공간 필요하다’며 추경 20억원가량 중 5억원 이상 사용 案 내 20일 표결
‘추경까지 편성하며 개인 사무실 내야 하느냐’는 의견은 정의당 구의원 1명 뿐
구로구의회, 2014년에도 사무실 추진했다가 막혀...여기서는 "선진 의회상 보여줬다" 자찬

구로구 운영위원회 구성. (사진 = 구로구의회 홈페이지 캡처)
구로구 운영위원회 구성. (사진 = 구로구의회 홈페이지 캡처)

기초자치단체인 서울시 구로구 의회에서 또 논란이 많은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5억원 상당의 구의원 개인 사무실 설치 비용을 충당하겠다며, 앞서 상정한 20억 4,600만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구로구의회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8명, 자유한국당 7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돼있다.

구로구의회는 20일 본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추경 안에는 개인 사무실 설치 비용 5억 2,300만원을 사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는 전체의 25%에 달한다. 지역 주민들도 구의회가 ‘추경의 원칙을 어겼다’고 비판하고, 시민단체들도 사무실 설치 안을 철회하라는 성명도 냈다.

구의회는 이런 안을 편성한 데에 ‘개인 연구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구로구를 포함한 9개 자치구에 개별 의원 연구실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로구의회 건물 안에는 상임위원회별로 4~5명의 구의원이 공동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어, 개인 업무공간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구의원들은 구 주민들의 잇단 반발이 이어지자 “의원 개인 공간이 아닌 주민 민원 상담실”이라는 해명을 냈다.

구로구의회는 2014년부터 사무실 설치를 추진해왔다고 한다. 구로구의회 운영위원장 김영곤 구의원(민주당)은 지난 15일 예산안 설명 자리에서 “주민이 와서 애로사항을 상담하는데 4~5명 의원이 몰려 있는 곳에서 상담이 가능하냐”며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개인사무실’이라고 하는데 의원은 개인이 아닌 공공기관이다. 개인사무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추경까지 편성하며 개인 사무실 내야 하느냐’는 의견은 김희서 구로구의원(정의당) 뿐이다. 그는 이 설명자리에서 “추경은 부득이한 사정이나 급박한 사유가 있을 때 편성하는 것이 기본원칙인데, 의회 스스로 그 원칙을 깨뜨린 것”이라며 “추경예산의 4분의 1이 넘는 5억 2000만원은 구의원을 위한 사무실 공사보다 교육, 복지 등 주민을 위해 쓰는게 우선이다. 주민 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예산을 강행하면 안된다”고 김영곤 구의원의 주장에 반박했다. 김희서 구의원은 이 자리에서 다른 구의원과 다투기도 했다.

반면 정의당 소속 김희서 구의원은 같은 날 자유발언을 통해 "추경은 부득이한 사정이나 급박한 사유가 있을 때 편성하는 것이 기본원칙인데, 의회 스스로 그 원칙을 깨뜨린 것"이라며 "추경예산의 4분의 1이 넘는 5억 2000만원은 구의원을 위한 사무실 공사보다 교육, 복지 등 주민을 위해 쓰는게 우선이다. 주민 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예산을 강행하면 안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이 "그래도 해야지"라며 발언을 가로막았고, 이 과정에서 김 의원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구로구의회는 2015년에는 “구의원 연구실 설치를 백지화하는 등 의원들 스스로 자정노력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선진 의회상을 보여줬다”고 자찬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 제기하다 반대 의사가 나와 ‘사무실 설치’안을 백지화한 적이 있는데, 이를 ‘선진의회상을 보여준 것’이라 한 것이다.

지자체 의회 등의 이같은 행동은 문재인 정부 들어 여러 차례 알려진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노원구의회에서 ‘대북협력’에 예산을 쓰겠다는 안이 통과됐고, 세종시의회도 지난 1월 시의원 월정 수당을 스스로 늘리겠다는 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다만 구로구의회를 비롯해 논란의 표적이 된 구, 시의회 의원들은 ‘논란과는 의안 취지가 다르다’는 식으로 변명하고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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