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대형가맹점들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할 경우 엄중 조치할 것" 엄포
이병태 교수 "카드수수료 문제 촉발 원인은 최저임금 인상...부작용을 자꾸만 덮으려는 정부의 시도는 문제를 다른 곳에 전가하는 것에 불과"

카드수수료와 관련한 기업 간 협상 문제를 두고 파워 게임이 지속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번엔 카드사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이에 일각에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카드수수료율을 억지로 낮춘 결과가 나비효과처럼 시장에 번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초 카드수수료에 대한 혼란이 촉발된 시점은 정부가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제적 타격의 원인을 '높은 카드수수료 탓'으로 돌리고 난 뒤 부터다.

지난해 11월 정부와 여당은 "카드수수료가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연 매출 500억원 이하의 가맹점들을 상대로 카드수수료율을 인하하기로 결정, 이에 따른 카드사들의 손실은 연 8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됐다.

그렇지 않아도 매출이 감소하고 있던 카드사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드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손실이 예상되자, 이에 따른 대응책으로 현대차 등을 비롯한 대형가맹점을 상대로 카드수수료율 인상에 나서기 시작했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원가 개념인 적격비용을 재산정함에 따라,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은 당연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여기엔 정부가 연 매출 500억원 이하의 가맹점들을 상대로 카드수수료율을 인하하기로 했으니, 카드사들 입장에선 연 매출 500억원 이상의 대형가맹점들을 상대로 카드수수료율 올리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대형가맹점들은 정부의 카드수수료 개편에 따른 카드사 손실을 자신들에게 전가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현대·기아차, 이마트 등 주요 대형가맹점들도 최근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경우 작년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61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8.9% 감소했으며, 카드사의 요구대로 수수료율을 인상하면 연간 1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 갈등이 증폭되는 분위기 속에서 현대차는 카드사를 상대로 '계약해지'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카드사들이 협상력에서 현대차에 밀리자, 결국 현대차의 절충안을 받아들여 카드수수료율 인상은 최소화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기존 1.8%대인 수수료율에서 0.1∼0.15%포인트 올리자는 카드사의 제안에 0.05%포인트 가량만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대형가맹점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면 징역 1년이나 벌금 1000만원에 처한다"고 경고하며 "추후 카드수수료 적용실태 점검을 거쳐 위법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있다. 금융위가 이번엔 카드사들이 아닌, 가맹점들의 '갑질'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이 부분에서 아이러니 한 점은 정부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카드수수료율을 낮추기 위해 가맹점 편을 들고 카드사들을 옥죄었다면, 이제는 카드수수료율을 낮게 받지 말라고 가맹점들에 공개 면박을 줬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현대차 등이 카드사를 상대로 '계약해지'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것이 금융위 눈엔 소위 '갑질'로 비춰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계약해지는 기업 간 협상에 그만큼 부담으로 뒤따르는 문제도 있어 리스크를 걸고 협상을 잘한 것이지 정부가 나서 이를 '갑질'로 매도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다른 가맹점들과 달리 연 매출이 500억원 이상인 가맹점이라고 해서 카드수수료 협상에 있어 정부가 손을 대는 것이 정당화되거나 사회적으로 부당한 편견을 감수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지적과 함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요구'를 누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이와 관련해 "카드수수료는 시장에서 형성된 하나의 가격"이라며 "정부가 시장 가격에 개입해 조정할 수 있다는 권한은 없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금융위원회란 곳은 애초에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곳이지 정부 관료들이 정권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곳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카드수수료 논란은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덮으려고 생긴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진단하며 "정부가 카드수수료를 낮춰 놓고 문제가 발생하자 또다시 개입하려고 하는 대표적 관치 행태로 이는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나아가 "기본적으로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온 정부 부처가 나서 해결하려고 하지만 실상은 그 부작용을 자꾸만 전가시키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는 시장자율성을 무시한 결과"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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