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항공기 운항한다며 기존 언급한 '북한발 미세먼지'는 측정도 안 하고, 내륙 비행도 상당부분
文, 집권 전 '미세먼지 中과의 정상급 의제 하겠다' 공약해두고 안 지켜
인터넷서 "비 오기를 기다려야 하냐? 중국에 항의한다며" 등 비판 이어져
서울 초미세먼지 주의보, 오후 돼서야 해제될 듯

마스크를 착용하고 우산까지 들고 출근하는 한 시민. (사진 = 연합뉴스)
마스크를 착용하고 우산까지 들고 출근하는 한 시민. (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범부처 사업단이 이제서야 “미세먼지 이동경로를 추적하겠다”고 나섰다. 연구 항공기를 운항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전부터 ‘중국과 미세먼지 관련 사안을 정상급 의제로 만들겠다’ 등의 공약을 냈지만, 정부는 외교적 진행상황은 밝히지 않고 있다.

소위 ‘미세먼지 범부처 프로젝트 사업단’은 이날 서울 LW컨벤션에서 ‘추진경과 공유회’를 열고 “대기에서 오염물질의 이동·반응·생성 과정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형 항공기 개조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오는 5~6월과 9~10월 항공기로 ‘미세먼지 측정’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날 나온 항공기 운항 경로를 보면, 내륙 비행 경로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사진 = 미세먼지 범부처 프로젝트 사업단 제공)
사업단 항공관측 예상 경로. (사진 = 미세먼지 범부처 프로젝트 사업단 제공)

이날 범부처 사업단이 국내 비행을 더 넓게 하겠다고 밝힌 ‘미세먼지 이동경로 추적’에 앞서도, 문재인 정부는 유독 중국에는 항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조명래 환경부가 ‘미세먼지 대안’으로 추진하는 정책들은 ‘중국과의 협의를 추진해 인공강우를 실험하는 것’ ‘추가경정 예산 5,000억원으로 한국형 야외 공기정화기를 개발하는 것’ ‘비무장지대(DMZ) 주변에 북한발 미세먼지 실측 장비를 설치하는 것’ 등이다. 그런데 이날 밝힌 ‘미세먼지 측정 항공 경로’에는 북한은 포함돼 있지도 않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14일 ‘초미세먼지 농도가 ‘역대 최악’을 기록하기 전인 지난달에 중국에 가 세 가지 대안을 전했었다’는 식의 면피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내세운 ‘중국과 미세먼지 사안을 정상급 의제로 체결하는 안’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중국에 적극적인 미세먼지 대응책을 요구하지 못하는 데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날씨를 전한 한 포털 뉴스 댓글에는 “빨리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중국과 전쟁을 할 수 밖에 없다” “비 오기를 기다려야 하냐? 중국에 항의한다매 어디까지 했어 보고해바”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 같은 나라, 한국은 작은 나라. 중국몽 함께하겠다’더니...다시는 좌파 정권을 뽑으면 안 된다” “환경단체는 4대강만 물고 늘어지고 미세먼지엔 입도 뻥긋 안하냐?” 등의 댓글이 공감 수 상위를 차지했다.

20일 YTN "[날씨] 서울 초미세먼지주의보...오후 비 오며 해소" 포털 뉴스 댓글.
20일 YTN "[날씨] 서울 초미세먼지주의보...오후 비 오며 해소" 포털 뉴스 댓글.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을 못 하는 이유는 북한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북한은 중국의 ‘속국(屬國)’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 정치적으로 종속돼 있다. 경제적 지원과 UN 대북제재 해제 등의 친북(親北) 행보를 잇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이를 의식해, 중국에 ‘미세먼지 항의’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친화적인 환경단체들 역시, 지난달 초미세먼지 농도가‘최악’을 기록한 날 정부에 ‘노후 화력발전소 폐지’ 등만을 요구하고, 중국을 비판하지는 않았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지역 강우가 예고된 가운데, 전날(19일) 서울 대기에 중국발(發) 스모그가 유입되고 안개까지 낀 상황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6일까지 158시간동안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했다가 해제했는데, 이날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을 기록하면서 다시 주의보를 내렸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날 오전 7시를 기준으로 서울의 1시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인 7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시간당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75㎍/㎥ 이상인 채로 2시간 이상 유지되면 발령된다. 환경과학원은 또 “대기 정체로 국내·외 미세먼지가 쌓여 대부분 지역에서 농도가 높겠다. 밤부터 강수와 대기 확산 등에 따라 점차 (초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환경과학원은 지난해 말 연구 결과에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국내 미세먼지의 60~80%를 차지한다고 한 바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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