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前 법원행정처 차장, 법정서 웃은 검사에 "웃지 마세요"...재판부 "그런 발언 삼가달라"
임종헌 前 법원행정처 차장, 법정서 웃은 검사에 "웃지 마세요"...재판부 "그런 발언 삼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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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론 중 공소장 작성한 검사 웃어...林측 "웃지 마세요" 지적했지만 재판부 제지받아
바람직한 재판운영방안 "검사 등이 당사자나 피고인, 증인 등에게 품위없는 태도 취할 때 재판장이 제지해야" 내용 있어
林, 검찰 공소 '미세먼지' 비유...수만 장 달하는 공소장 거론하며 "방어권 사라진다" 주장하기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제공]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진 = 연합뉴스)

소위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이 자신의 변론을 듣고 웃은 검사의 태도를 지적했지만, 재판부로부터 “그런 건 재판장이 지적할 사안이다. 앞으로 그런 발언을 삼가달라”는 답을 들었다.

임 전 차장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직접 변론에 나섰다. 이날 재판에서는 임 전 차장이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불법 편성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내용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검찰 측은 “임 전 차장은 행정처 기조실장으로 근무하며 예산을 총괄했기에 누구보다 상세히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 전 차장은 “이렇게 구체적으로 말씀하실 줄 모르고 충분히 준비를 못 했다”면서도 “공보관실이라는 기구나 조직이 편제돼 있지 않아도 실질적 의미에서 법원장과 수석부장판사, 공보판사를 중심으로 공보·홍보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런 대외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으로 편성하는 건 각 부처의 상황적 예산편성 전략의 하나로,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것”이라고 변론했다. 변론 중 공소 유지에 참여했던 한 검사가 웃자, 임 전 차장은 “검사님 웃지 마세요”라고 했다.

이에 검찰이 반발하며 재판장에게 “이건 주의를 주셔야 할 것 같다”고 하자, 재판장도 “방금 검사를 향해 지적한 건 변론 내용은 아닌 것 같다. 그런 건 재판장이 지적할 사안”이라며 “앞으로 그런 발언을 삼가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임 전 차장은 “주의하겠다”라고 답했다.

1998년 개정된 ‘바람직한 재판운영방안(재일 94-1)’에는 “변호사나 검사 등이 당사자나 피고인, 증인 등에게 품위 없는 언어를 사용하거나 태도를 취할 때에는 재판장이 이를 적절히 제지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날 재판부는 ‘품위없는 태도’를 지적한 임 전 차장 측의 발언을 제지한 것이다.

이날 검찰과 임 전 차장 측은 ▲(임 전 차장이)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의 비위 사실을 검찰에서 통보받고도 징계 절차를 밟지 않은 혐의 ▲소위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증거인멸 의혹 등을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이날 임 전 차장이 직접 변론에 나선 것은, 임 전 차장의 변호인 11명이 지난 1월 29일 “임 전 차장 재판이 주 4회 열려 방어권이 산산조각나, 변호인이 굳이 있을 이유가 없다”며 사퇴한 데 따른 것이다. 임 전 차장 측은 “주 4회 재판을 하면 수만 쪽의 수사・재판기록을 읽어볼 시간도 없다”고 주장하며, 수만 쪽에 달하는 검찰 주장을 반박할 증거를 모으고 증인을 찾아야 하는 시간이 부족해 방어권이 사라진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임 전 차장을 비롯, 소위 ‘사법농단’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법관들 역시 언론 등에 익명으로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를 한다”는 비판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타진한 바 있다. 임 전 차장은 앞서 검찰 수사를 ‘미세먼지’에 비유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지난달 보석 심리에서 ‘검찰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듯 공소장을 만들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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