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제공]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제공]

서울고법 윤종구 부장판사가 검찰의 방대한 수사 기록을 통째로 넘기는 이른바 ‘트럭기소’가 변론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문재인 정권이 이전 정부 인사들을 소위 ‘적폐’로 몰아붙이며 시작한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수십만 쪽에 이르는 수사 기록을 만들어 재판에 넘겨 피고인들의 변론권을 침해하고 변호 비용을 천문학적으로 늘리는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윤 부장판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형사 기록을 전자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9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그는 지난 16일 서울고법 판사 192명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수사 기관은 개인 1명이 만들 수 없는 (방대한) 기록을 단기간 내에 만들 수 있고, 1인이 정해진 기간 내에 숙독하기 불가능한 기록을 만들 수 있다’며 ‘헌법상 변호인 조력권이 보장되려면 변호인이 수사 서류를 숙독해야 하는데 검사가 만든 증거 서류를 재판부가 읽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했다.

검찰은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각각 20만쪽, 17만쪽에 달하는 수사 기록을 만들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기록도 12만쪽을 제작했다.

이렇게 방대한 양의 수사 기록에 대한 변호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임 전 차장은 가족과 함께 살던 집을 매각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인터뷰에 응한 한 고위 법관은 "수사 기록이 10만쪽만 돼도 1심 구속 기한인 6개월간 매일 500쪽 넘게 봐야 겨우 한 번 읽을 수 있는 분량"이라며 "결국 재판이 검찰 논리에 따라 수박 겉 핥기 식으로 흐를 수 있다"고 했다.

윤 부장판사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종이 원본을 전자적 이미지로 전환하는 등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즉 방대한 수사 기록을 전자화한 후 재판부를 포함한 모든 이해 관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사소송은 이미 전자화 됐지만 형사소송은 아직까지도 종이 기록이 전부다. 재판 준비를 위해 변호인이 기록을 모두 복사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기록을 전자화하면 그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필요한 부분을 바로 찾아 효율적으로 재판 준비를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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