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에 대한 시장가격 평가를 정부가 내리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아마 유일할 것"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가 다음 달 5G 스마트폰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히면서, 한국이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놓칠 위기에 처했다. "월 7만5천원 요금제가 너무 비싸다"며 정부에서 인가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존은 오는 4월11일부터 5G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버라이존이 당초 5월로 예정됐던 상용화 일정을 앞당겨 5G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 선언하면서 정부와 국내 이통사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버라이존은 모토롤라의 기존 4G 스마트폰인 ‘모토 Z3′에 5G 모듈을 장착해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수식어를 달고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출시에 앞서 국내에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5G 요금제까지 확정된 상황이다.

반면 한국에선 5G 상용화에 따른 요금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이 인가 신청한 월 7만5000원 5G 요금제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인가 신청을 반려 당했다.

당시 과기부는 "SK텔레콤이 신청한 5G 요금제가 대용량·고가 구간만으로 구성돼 있어 대다수를 차지하는 데이터 중·소량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며 처음으로 통신사의 요금제 인가신청을 반려했다.

다만 버라이존이 제공하는 5G 서비스의 요금제는 가장 저렴한 '고 언리미티트'가 월 85달러다. 부가세 10%를 감안하면 원화로 한 달에 10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5G 서비스 수준이라고 평가되는 '어보브 언리미티드' 요금은 약 2배 비싸다.

그러나 이마저도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고려하면 버라이존의 요금제가 SK텔레콤보다 사실상 4배 정도 비싼 수준이란 평가다. SK텔레콤에서 월 7만5000원에 내놓은 기본 데이터 제공량은 150GB인데 반해, 버라이존의 '어보브 언리미티드'는 그의 절반인 75GB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같은 정부의 요금제 인가 반려 결정이 5G 산업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란 비판이다. 정부가 5G 상용화를 위해 기업이 투자한 비용은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내식으로 요금만 낮추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5G 서비스에 대한 요금은 기존 4G(LTE)에서 이용자들의 선택에 따른 것이다.

나아가 5G 서비스 가격 결정 권한을 정부가 하는 것 자체부터가 잘못됐다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된다. 통신 서비스에 대한 '요금 인가제'는 전 세계 선진국들 중에선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후진적인 반(反)시장적 의사결정 구조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5년부터 요금을 포함한 국내 전화 서비스에 대한 모든 규제를 철폐했으며, 일본은 통신요금을 신고제로 운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조건 싼 요금만 고집하는 정부의 결정에 할 말을 잃었다"며 "5G 기술에 대한 시장가격 평가를 정부가 내리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아마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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