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회담 결렬후 "美 아무것도 안 주고 北 카드 받았다"며 엉뚱한 對美설득 천명
"일시에 완전한 비핵화 못해" 빅딜 거부하며 '올 오어 낫씽' 전략 재고 필요" 타협 종용
8달 뒤 서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초청 적극검토' 설익은 구상 내놓기도
北 "韓, 美 동맹시 중재자 아니다" 美 "北 핵폐기 의지없음 확인"…韓 겉도는 실상

문재인 정권 청와대가 '김정은 수석대변인 논란' 이후에도 의혹을 해소할 의지가 없는 듯한 행보를 주말 동안 보였다. 북한 김정은의 추가 핵시설 은폐 불인정·폐기 거부로 2차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된 가운데 '완전한 비핵화 빅딜 불가' 입장으로 미국을 설득하겠다고 하거나, "(북한에) 한두 번의 연속적인 '조기 수확'이 필요하다"며 북측을 대변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김정은 서울 답방 논의가 겉돌고 있음을 시사하면서도, 8달 뒤에야 서울에서 열릴 한·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을 초청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미련을 보였다. 6.25 남침전쟁 이후 핵심 동맹국인 미국보다 전쟁가해자인 북한 정권을 앞세우는 "북미" 지칭 행태도 여전하다.

그래픽 출처=연합뉴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1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북미 양국 모두 과거로 돌아가기엔 굉장히 앞서나갔고, 사실상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노이 상황 다시 짚어보면, 핵심사안에 대해 합의는 이루지 못했지만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방식에 대해서는 양측이 어느 정도 이해가 이뤄졌다고 본다"며 "완전한 비핵화-완전한 제재완화는 확인됐으나, 이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현실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양측 이해가 어느 정도 구축됐다"는 해석을 내놨다.

관계자는 2차 미북회담 결렬 득실을 놓고 "우리가 볼 때 미국은 대체로 실보단 득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합의가 무산된 것은 미국으로서는 국내 정치적 부담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나 본다"면서, "미국 입장에서 보면 아무 것도 주지 않고 북한이 내놓은 카드를 받은 것"이라고 봤다.

그는 "반면 북한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것이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많은 기대를 하고 60시간 기차를 타고 갔는데 빈손으로 귀국하는 등 국내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향후 미국과의 협상 전술과 관련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김정은의 의중을 살폈다.

이어 비핵화 이행에 관해 "한미간 최종 목표를 어떻게 달성해야 하느냐에는 의견의 차이가 없지만 일시에 완전한 비핵화 목표 달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전제하며 미국에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전략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간섭을 시도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포괄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게 하고 이런 바탕에서 '스몰 딜'을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로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비핵화 기만'에 대한 비판은 일절 없으면서, '타협을 위한 타협'을 종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비핵화의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 한두 번의 연속적인 조기 수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런 것을 통해서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최종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정권이 사실상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등 국제사회 제재의 틀에 반하고, 북한 정권에 현금이 흘러 들어갈 여지가 큰 사업의 재개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언급이어서 '조기 수확'은 제재 완화조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관계자는 "물론 이 과정에서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향 및 과정과는 동떨어진, 소위 말하는 '살라미식'의 '분절된·단계적' 방식의 협상은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자신들의 '조기 수확' 방식과 북측의 '살라미 전술'간 명확한 차이는 설명하지 못했다.

그래픽=연합뉴스

청와대는 '김정은 서울 초청'도 재차 거론하고 나섰다.

관계자는 "지난해 한·아세안 정상회의 때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도 초청했으면 좋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우리 정부도 적극적인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북한과 협의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존 논의되던 김정은 서울 답방과 별개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별개가 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추진 상황은 없다"고 해 '구상 단계'임을 시사했다.

청와대는 2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에 따른 남북 대화 추진 방침도 시사했다. 관계자는 "작년에 우리가 북미 대화를 견인했고, (작년 6월 미북 1차) 싱가포르 회담을 통해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남북 정상 간 대화를 또 견인했다"고 전제하며 "이번엔 남북 간 대화의 차례가 아닌가 이렇게도 보여진다. 우리에게 넘겨진 '바통'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나가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처럼 줄곧 '중재자' 내지 '촉진자'를 자임하지만, 실제로 미북협상의 핵심에서 벗어나 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북한 외무성 부상 최선희는 지난 15일 평양 기자회견에서 "남조선은 미국의 동맹이기 때문에 '플레이어'이지 '중재자'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중재자'로 인정받으려면 미국과 동맹의 틀을 이탈하라는 메시지로서, 친북(親北) 기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현지시간 15일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하노이에서 2차 미북정상회담을 하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테리 연구원이 인터뷰 한주 전 워싱턴에서 한 백악관 관리가 대북 외교정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가진 비공개 브리핑에서 들은 내용이라고 한다.

테리 연구원은 "백악관 관리가 얘기한 것은 모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믿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이제 가장 중요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도 결국에는 그런 사실을 알게 되고 쉽사리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하노이 회담에 배석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별도의 의회 대상 브리핑에서 '북한이 창의적인 생각을 결여했고 플랜B도 준비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힌 것으로 WP는 소개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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