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 2016년 12월 퀄컴에 과징금 부과한 사례가 원인일 것으로 봐
USTR, 공정위에 "미국 이해당사자에 불리한 증거 검토, 반박 기회 포함 특정 권리 보장 안 해"

(사진 = 연합뉴스)

미국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미국기업 불공정행위’ 조사를 문제삼았다. 기업에게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는 점이 한미 FTA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은 15일(현지시간) 우리 공정거래위원회가 한미 FTA 제16장인 ‘경쟁 관련 사안’을 위반했다며 양자 협의를 요청했다.  USTR은 과거에도 기업 방어권 보장을 문제삼은 적이 있지만, 공식적으로 문제를 삼은 것는 한미 FTA 발효 7년 만에 처음이다.

USTR은 “한국 공정위의 일부 심리가 미국 이해당사자에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검토하고 반박할 기회를 포함해 특정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다”면서 “이에 따라 미국 이해당사자가 자신을 변호할 능력을 저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한 조항은 한미 FTA 16.1조 3항이다. 조항에는 경쟁법 위반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소집되는 심리에서 ‘(심리를 받는 쪽이) 자신을 방어하는 증거를 제시하고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도록 보장한다' ‘각 당사국은 판정이 근거할 수 있는 증거와 그 밖의 수집된 정보를 검토하고 반박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회를 갖도록 보장한다’는 내용이 있다.

USTR은 방어권 보장과 관련한 사례를 들지 않았지만, 산업계에서는 공정위가 2016년 퀄컴에 과징금을 부과한 게 원인이라 보고 있다. 공정위는 2016년 12월 “퀄컴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정상적인 경쟁을 방해하고 특허권을 독식했다”며 과징금 1조300억원과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퀄컴 측은 이에 불복하고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조사 과정에서 충분한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미국 상공회의소 등에서도 ‘공정위가 특허권 갑질을 한다’ ‘퀄컴이 한국 외 국가에서 취득한 특허권까지 규제하려 한다’는 식으로 과징금 규모 등을 문제삼은 적이 있다.

USTR은 또 “지금 협의를 요청하는 이유는 최근 제시된 한국의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16조 위반 관련)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우려와 건의를 알고 있었지만, 지난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추진한 개정안에 우려를 해소할만한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한미FTA 절차에 따라 협의에 성실히 응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정부는 경쟁 관련 국내법이 한미FTA에 합치한다는 입장이며, 협의 절차를 통해 미국에 우리 입장을 충실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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