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캠페인에 "일제 청산 관제 캠페인은 현대 한국의 지극히 갈등적인 문화투쟁처럼 보여"
文 친일-빨갱이 발언 관련해서도 "역사를 굉장히 정치적인 좁은 각도로 해석하는 것...사려깊지 못한 표현"
같은 학술회 간 문정인은 반대 입장..."文정부 세계시민교육에 예산 많이 써...외교부도 바른 방향 가고 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사진 = 연합뉴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사진 = 연합뉴스)

과거 논문에서 ‘6.25를 평가절하하고 북한에 유리한 논리를 전개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마저,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를 “이해방식이 남북 간 민족관계로 한정되고, 굉장히 정서적이고 협소하다. 지정학적‧문화적으로 중요한 한일관계에 대해 ‘일제 잔재 청산’을 강조하는 것은 외교를 희생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문재인 정부의) 청산을 모토로 하는 개혁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지에 대해 극히 부정적”이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15일 강경화 외교부와 한국국제정치학회가 주최한 ‘저항 민족주의를 넘어: 동북아 평화 협력을 향한 한국외교의 새 지평 모색’이라는 학술대회에서 ‘한국 민족주의의 다성적 성격에 관하여’라는 발제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3.1운동 100주년 캠페인’에 대해 “일제 청산을 목표로 하는 ‘관제 캠페인’은 촛불시위의 정당성을 남북한을 아우르는 한국 전체의 역사적 정통성과 결합시키려는 노력이겠지만 현대 한국의 지극히 갈등적인 문화투쟁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청산의 대상을 정하려면 민족주의적인 역사교육이 필요한데, 정책프로그램이나 예산을 통해 광범위한 의식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문제는 이미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경험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관제 민족주의’를 여러 이벤트를 통해서 의식화하고 있는데, 문화투쟁‧이념투쟁의 형태”라고도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빨갱이’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자유우파 세력과 ‘친일‘을 엮었던 점도 문제삼았다. 최 교수는 “(해당 발언 등은) 역사를 굉장히 정치적인 좁은 각도로 해석하는 거다. 사려깊지 못한 표현이자 발상”이라며 “현 정부가 이념적 지형을 자극해서 촛불시위 이전 못지않게 더 심한 이념대립을 불러오고 있다.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기념행사의 태극기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 100년 간 정치가 발전할 거 같지 않단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해방 이후 한국현대사에서 절반에 이르는 전반기는 식민지 유산이 인적 요소는 물론 제도와 운영방식, 정치문화 등 여러 면에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일제식민잔재 청산이란 말은 성립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고도 덧붙였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사진=연합뉴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사진=연합뉴스)

이 학술회에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도 참석했다. 그는 전날(미국시간 14일) 미 외교 전문 매체 포린어페어스에 “문 대통령은 한국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는 시기에 그에게 정치적 이득을 가져다 줄 평화 이니셔티브에 베팅한 것”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문 특보는 최 교수와 달리 “(문 대통령의) ‘빨갱이 논쟁’은 이념 전쟁을 넘어서자는 뜻인데, 그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현 정부는 민족주의 교육보단 세계시민교육에 오히려 더 많은 예산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서도 “현 정부는 북한이 1992년 채택된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준수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에 들어가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상시 사찰을 받아 핵질서를 공고히 하라는 두 가지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외교부만큼 현실적인 정부기관이 없다. 역부족인 건 사실이지만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현 정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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