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광주지방법원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자유연대 등 우파 단체들이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최근 광주지법 재판에 출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88)을 향해 “물러가라”고 소리를 지른 학생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앞에서 집회를 갖고 학교 측에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일부 광주 시민들은 “뭐하는 짓이냐”며 소리를 질렀다.

자유연대, 자유대한호국단, 턴라이트, GZSS 등 우파 단체들은 15일 오전 광주 동구 동산초등학교 앞에서 ‘광주 동산초 아이들이 교실 창문에 매달린 채 일탈행위를 하는데도 학생들의 안전에 뒷전인 동산초 교장, 교감은 즉각 사퇴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학교 측에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초등학교 학생들은 지난 11일 전 전 대통령에게 소리를 질러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런 초등학생들에게 일부 광주 시민은 “아유 예쁘다” “역사의 힘이다” “어른들이 안하니 애들이 한다”는 등 격려도 한 바 있다.

전라남도 함평 출신인 김상진 자유연대 대표는 “전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동산초) 학생들이 ‘전두환은 물러가라’ ‘전두환을 구속하라’는 정치구호를 외쳤다”며 “그 모습에 많은 국민은 ‘대학도 아닌 초등학교 교육현장에 정치 교육이 이렇게 심각한가’하는 우려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어린 학생들이 외치는 정치구호는 북한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해당 초등학교 교장과 교감, 교사들은 초등생들의 (창가에서의) 정치구호 제창에 대해 구렁이 담 넘듯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화가 난 듯한 광주 시민들이 “학교 앞에서 뭐하는 짓이냐” “회견을 중지하지 않으면 수업 방해로 신고하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항의를 하는 일부 사람들 뒤로는 X자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이 광경은 자유연대가 공개한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에 고스란히 담겼다.

(사진 = 자유연대 유튜브 스트리밍 영상 캡처)
우파 단체들의 기자회견에 항의하는 광주 시민들. (사진 = 자유연대 유튜브 스트리밍 영상 캡처)

집회 및 시위법 8조 5항에 따르면 집회장소가 초·중·고등학교 주변으로 집회·시위가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경찰이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다. 이날 우파 단체들 측도 학교 앞 기자회견인 만큼 고성을 삼가며 구호 등은 외치지 않았다. 안전사고 대비 차 인근에 배치된 경찰 병력들도 기자회견 자체에는 별도의 소음 관련 요구를 하지 않다가, 격앙된 시민들이 나서자 “이러시면 안 된다”고 시민 측을 제지했다.

김상진 자유연대 대표는 “기자회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고 예방차원에서 분리시키는 게 경찰 본연의 업무지만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학부모가 X자가 그려진 마스크를 소지하고 다니나. 훈련을 받은 친(親) 전교조 단체에서 조직적 방해행위에 나선 것임에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창가에 매달려 정치구호를 제창하는 등의)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사과문을 요청한다. 학교 관계자들이 이번 일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하지 않을 시 고발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뒤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호남 출신인 안정권 GZSS그룹 대표를 비롯한 몇몇 우파 단체 회원들은 광주광역시 금남로에서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며 이동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도 몇몇 광주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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