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文정권 자초한 측면 무시한 듯…"文 외교 돌파구 없인 주눅든 채 총선 맞을 것"
2차 美北회담 결렬에도 "韓 협상의 길 열려 있으니 낙관 유지하고 있다"며
"北김정은 韓美 협력한다고 인식하면 文 역할 제한돼, 南北경협 여지 줘야" 주장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사진=연합뉴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14일(현지시각) 북핵을 둘러싼 미북협상에 관해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는 시기에 그에게 정치적 이득을 가져다줄 평화 이니셔티브에 베팅한 것"이라며 현재 "외교적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현 정권이 자초한 한국의 경제위기를 마치 '외생 변수'처럼 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론은 문재인 정권의 대북 투자 시도에 '미국이 여지를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정인 특보는 이날 미 외교 전문매체 포린어페어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다음 단계, 서울이 하노이 회담 이후를 낙관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같이 밝히고 "문 대통령이 (이른바 '촉진자' 역할에) 성공할 수 있도록 미국은 한국에 남북경협에 대한 유연성 확대와 같은 레버리지(지렛대)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런 주장의 전제로는 "하노이 회담 당시 미국의 요구는 너무 컸고 북한의 제안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실패로 이어졌다"면서 "이 다음 단계에서 한국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하노이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했지만, 김정은이 한·미가 협력하고 있다고 인식해 문 대통령의 역할이 제한될 수 밖에 없으므로 미국이 대북투자를 허용하면 교착 상태를 타개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이다.

문 특보는 또 "(미⋅북) 관계의 취약성을 고려할 때 도발적 레토릭이나 행동이 얼마나 사소해 보이든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상호 언행 자제가 (비핵화) 협상 재개에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협상을 궤도에서 이탈하게 하고 잠재적 재앙을 촉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시험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북간 대화 유지에 방점을 찍으면서, '섣불리 도발로 회귀하지 말라'고 북측을 에둘러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문 특보는 "북한이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미국이 점진적 접근을 계속 꺼리면 현재의 교착에 탈출구를 마련하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면서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내놓은 제안도 실현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우라늄 농축 시설의 추가 폐기 약속 같은 제안을 더 내놓으면서 '광범위한 제재 해제' 대신 남북 경협 정도로 기대를 덜 해야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비핵화 협상 불발 시 남·미·북의 지도자들이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도 했다. 문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다시 강경노선을 펴는 것은 부분적으로 국내 정치적 우려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면서 "핵 협상의 정치화는 한국이 크게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도 북한에서는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지만 미·북 협상이 흔들릴 경우 군과 강경파를 중심으로 한 내부의 부정적 정치 여파에 직면할 수 있다"며 "미국과의 대화가 계속 교착되면 과거의 선군(先軍) 정치 복귀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한국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는 시기에 그에게 정치적 이득을 가져다줄 평화 이니셔티브에 베팅한 것(At a time of protracted economic hardship in South Korea, Moon has bet on the peace initiative to bring him political gains)"이라며 "외교적 돌파구가 없다면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without a diplomatic breakthrough, and with a general election scheduled for April 2020), 문 대통령은 주눅이 든 채 불확실한 미래를 맞이할(face a daunting and uncertain future)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의 차질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협상의 길이 여전히 열려있기 때문에 낙관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북에는 "북한과 미국은 협상의 궤도이탈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면서 어렵게 얻은 대화를 지속하고 화해를 향한 모멘텀을 살려가야 한다"며 "협상의 길을 깨는 건 쉽지만 복구는 너무 어렵다"고 했다.

한편 문 특보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사실상 미국 배제-남북 유착을 꾀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온 바 있다. 한국시간으로 13일 서울시청 초청 강연에서 서 회담 결렬의 책임을 난데 없이 제1야당의 방미(訪美) 외교로 돌리는가 하면, 같은날 춘천시와 강원대가 마련한 남북교류협력아카데미 입학식에서도 노골적 친북(親北)·반미(反美) 행적 논란이 된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내정 배경에 관해 "미국과 관계없이 한반도 정세를 밀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사업 시행 도중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총살당한 금강산 관광을 두고도 "핵미사일과 관계가 없다"며 재개론을 적극 옹호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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