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부터 5호 창고 개방해 양곡 시장에 풀어…軍관리 2호 창고 열 수도
"2호 창고 식량 빼돌리면 총살형…김정은, 집권 직후 주민 환심 사려 연 적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2차 미북정상회담에서 '영변 외 핵시설' 은폐 정황을 들켜 빈손으로 돌아온 북한 김정은이, 최근 1990년대 주민 200~300만명이 아사하던 '고난의 행군' 때에도 열지 않던 '군량미 2호 창고'를 개방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식량 사정 악화로 전쟁 역량까지 소모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는 15일 복수의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몇달 전부터 '5호 창고'를 개방해 쌀 양곡을 대거 시장에 풀고 있다"며 "그만큼 북한 식량 사정이 나빠졌다"는 전언을 보도했다.

'5호 창고'는 재난·구호 상황에 대비해 비축하는 전략 예비물자를 지칭하는 북한 내부 용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조선로동당이 관리하며 주로 쌀을 비축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5호 창고는 일종의 비상식량이어서 창고를 개방하는 일은 드물다"며 "5호 창고 식량도 조만간 고갈될 걸로 보여 '2호 창고'를 열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2호 창고'는 전쟁에 대비한 양곡 비축분으로, 군부가 관리한다. 군용 비축미(米)여서 이곳을 개방한 적은 거의 없으며, 2호 창고 식량을 빼돌린 간부는 총살형에 처할 정도로 북한 정권이 중시하는 곳이라고 한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2호 창고는 열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김정은 집권 직후 주민들의 환심을 사려 2호 창고를 개방했고, 이후 식량난이 가중될 때 한두 차례 이곳 양곡을 풀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5호 창고 개방은 대북제재가 그동안 쌀값 폭등이 관측되지 않던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고 봤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이 신문에 "비상용 식량을 시장에 풀 정도라면 시장도 (제재에 의한) 한계에 봉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2차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해제에 집착한 것도 이런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북측이 제재 전면 해제를 요구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 결렬 후 발언에 관해 북한 외무상 리용호는 "우리가 요구한 건 2016년 이후 안보리 제재 5건 해제"라고 했고, 외무성 부상 최선희도 "5건도 100%가 아니라 군수용을 제외한 민수·민생용만 요구한 것"이라고 항변한 바 있다. 
  
단 현재의 쌀 상황 악화는 춘궁기와 관련 있다는 해석도 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 하노이에서 민수·민생용 해제만 콕 집어 요구한 걸 보면 대북제재 여파가 크다는 걸 대외에 확인시켜준 셈"이라면서도 "지금은 춘궁기여서 일시적으로 비상식량을 푸는 것일 수 있다"고 짐작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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