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억제를 통한 전력 수급관리는 문제있어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맞춘 태양광사업·DR제도 한계
결국 수요관리는 세금으로 보전하는 정책에 지나지 않아

 

수요 예측 실패로 이번 겨울 정부가 기업에 전력수요 감축을 요청하는 '급전(給電) 지시'가 지나치게 잦아지고 있다. 이번 겨울을 통틀어 8번째이며, 1월에만 정부는 5차례나 기업들에 수요감축을 요청했다. 시장의 수요에 맞춰 공장이 제때 돌아가고 상품을 공급을 해야할 기업들은 연간 계획과 당월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될 상황이 잦아진 셈이다.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맞춰 안정적인 공급에 차질이 없었던 이유는 그동안 안정적으로 준비해온 전력수급계획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 비중을 낮추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며 ▲'공급위주'의 전력수급정책을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공급위주의 전력수급정책을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하며 최대전력 및 전력소비량 절감 목표를 상향시켰다. 기준수요 대비 최대전력을 12.3%에서 12%로, 전력소비량을 14.5%에서 14.3%로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연일 한파가 지속되면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 원전은 안전 점검을 이유로 현재 가동률이 50% 대에 머물러 있다.

18개월에 한 번씩 점검을 받는 국내 24기 원전의 점검 기간은 통상적으로 2달 정도지만 최근들어 1년 가까이 진행중인 곳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원전 24기 중 10기가 정기검사를 받고있다. 고리 3호기, 신고리 1호기 등은 1년 가까이 검사가 진행중이며, 한빛 6호기는 지난 29일 재가동 승인을 받기까지 정기검사에 7개월이 소요됐다.

현재 원자력은 국내 전력 공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전력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낮은 원전 가동률은 곧 수요감축 요청(급전지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더불어 수요억제를 통해 전력수급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만큼, 그 대안으로 ▲자가용 태양광의 적극적인 도입과 ▲DR(수요자원) 시장 제도를 중점적으로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태양광 발전은 날씨에 따라 사용이 제한되며, 따라서 투자 대비 효용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더군나다 이번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자가용 태양광 확대를 통해 2030년까지 전력소비량 절감은 3.15GW, 최대전력은 0.32GW를 감축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신규 수요에 대해 충분한 전력량을 전혀 충족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에 덧붙여 DR(수요자원) 시장을 키워 2030년엔 3.8GW를 절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최대전력 수요가 예상보다 초과되는 현상이 잦아짐에 따라 잉여 전력 부족으로 실상은 무의미한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DR 시장 제도는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전력 사용량을 줄임으로서 잉여 전력 시장을 형성하고, 기업간에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잉여 전력은 DR 시장에 가입한 기업만을 대상으로 판매되며, 정부로부터 수요감축 요청(급전지시)가 발령되면 전력가동을 의무적으로 줄여야한다. 기업들은 전력가동을 줄인만큼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는 형태다.

그러나 실상 기업의 입장에서 한 달에 5번이나 수요감축 요청을 받고 공장을 제때 가동하지 못하면, 보조금을 받더라도 결국 납품처에 제때 납품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고 연간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게 된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이처럼 효율적이지 않은 태양광 사업의 추진과 무리한 DR 시장 키우기는 '탈원전' 기조를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잦은 수요감축 요청이 이러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DR 시장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이번 8차 개정을 통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시킴으로서 최대전력 수요 예측치가 덩달아 하향 조정됐고, 이는 곧 수요감축 요청(급전지시)이 잦아지게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다시 말해 이번 겨울 최대 전력 전망치를 3GW(88.2GW->85.2GW) 낮춘만큼 수요감축 요청이 잦아졌고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DR 시장을 조성하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재 전력공급 예비율이 1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수요감축 요청을 남발하는 것은 기업에게 피해가 가는 문제로 지적될 뿐만 아니라 DR 시장을 키우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전력공급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급전지시를 남발하는 것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언급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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