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한국정부, 탈북단체 압박, 북한인권재단 출범 늦춰”

2018 인권 보고서를 발표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연합뉴스)
2018 인권 보고서를 발표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연합뉴스)

미국 국무부는 13일(현지시간)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하고 북한의 인권 상황을 세계 최악으로 평가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연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며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미국 정부가 이번엔 북한 인권이라는 채찍을 꺼내든 것이다. 또한 국무부는 한국정부가 탈북민들이 북한 비판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며 북한 인권에 대한 비판 제기를 피하기 위해 북한인권재단의 출범을 늦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국무부의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국의 마이클 코작 대사는 이날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북한의 인권 상황은 세계 최악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북한정권이 자의적이고 불법적인 살인을 자행했다는 수많은 보고들이 있다”며 “지난해 6월 22일 북한 인민군 중장 현주성이 직권남용 혐의로 총살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는 비정부기구와 싱크탱크, 언론보도를 인용해 “북한정권이 여러 실종사건들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며 “여러 수감시설에서 고문이 자행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정치범수용소 등 북한의 수감시설 여건이 매우 열악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탈북민들에 따르면 정치범수용소와 구치소의 수감자 다수가 그곳에서 살아나오기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며 “북한 법률이 자의적 체포와 구금을 금지하지만 북한정부가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피구금자가 구금의 적법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장치가 없다”고 했다.

또한 보고서는 “북한정부가 사생활에 대한 자의적인 개입과 검열, 평화적인 집회와 결사의 권리에 대한 간섭 등 주민 생활의 많은 부분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으며 종교의 자유, 이동의 자유, 정치 참여의 자유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탈북민과 관련해서는 “북한정부가 국경 경비대원들에게 공식 허가 없이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유지하고 있다”며 2017년 11월 13일 비무장지대를 넘어 한국으로 탈출하던 북한군 병사가 5군데 총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주민들은 독립적인 노동조합을 조직할 권리가 부정되고 강제노동에 동원되는 등 노동권도 극도로 제한되고 있다”며 “다수의 비정부기구들은 해외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강제노동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한다”고 했다.

코작 대사는 “북한의 인권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북한 인권에 관해 어떠한 진전도 목격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정부가 북한의 인권 관행을 지적하며 계속 압박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정부가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주민들이 세계 다른 나라들의 기준이 무엇이고 다른 나라들은 북한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깨닫기 시작하도록 북한에 정보를 보내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북한정권이 행동을 바꾸도록 설득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작 대사는 지난해 보고서에 ‘북한주민들이 정부의 지독한(egregious) 인권침해에 직면했다’고 적시됐던 것과 달리 올해 보고서에는 그 같은 표현이 빠진 것과 관련해 “보고서 작성 형식이 바뀐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보고서의 한국편은 ‘표현의 자유’ 항목에서 “한국정부가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탈북민들을 접촉해 북한정부에 대한 비판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또한 탈북민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북한 관여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간주될 수 있는 대중연설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며 “중국에서 태어난 탈북민 자녀들은 종종 서류를 갖추지 못해 무국적자가 되며 이들의 자년들은 궁극적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해 교육에 접근할 수 있지만 공식적인 탈북민 지위에 수반되는 재정적인 혜택을 받을 자격은 갖추지 못한다”고 했다.

그 결과 많은 탈북민들은 무국적 자녀들을 중국에 남겨놓게 되는데, 이들 자녀들은 중국에서 학대와 착취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정부가 2016년 제정된 관련법(북한인권법)에 따른 북한인권재단 설립에 더딘 모습을 보였다”며 “탈북자 단체들은 이와 관련해 언론을 통해 ‘정부가 북한에 대한 비판을 꺼리기 때문에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어 “관측통들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자리가 1년 이상 공석이었던 점에 주목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북한인권법에 따른 외교부 대외직명 대사직으로 북한인권증진을 위한 국제 협력을 담당하는 자리다.

그밖에도 보고서는 ▲탈북자 동지회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 ▲경찰의 탈북자 단체 전단 살포 저지 ▲경찰의 탈북자 단체 방문 및 재정 정보 요청 등을 한국정부의 직간접적 압력 사례로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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