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사표가 수리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지난 3월31일 문 대통령이 임명 제청안을 반나절여 만에 재가한 지 18일 만에 낙마해 '최단명 금감원장'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사진 = 연합뉴스)

외유성 해외출장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등으로 금융감독원장을 사퇴한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최근 한 로펌에 접촉해 “김경수를 무죄로 해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19대 대선 전후로 1억여회에 달하는 댓글조작으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돼 있지만 최근 보석을 신청했다.

14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최근 강남구에 있는 로펌인 ‘태평양’을 찾아 “김 지사 사건을 맡아달라”고 했다. 이후 태평양은 김경수 지사 변호인단에 들어갈 변호사를 골랐는데, 이 중 선임은 홍기태 변호사다. 홍 변호사는 친문(親文) 판사 모임으로 평가되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김 지사의 항소심 재판 주심인 김민기 판사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논란이 빚어진 적이 있다.

김 전 의원은 김 지사가 법정구속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수는 원칙과 정도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마음이 아프다” 따위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두 사람은 서울대 인류학과 선후배 관계로 3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라고 한다. 김 전 의원이 ‘김경수 무죄 만들기’를 위해 직접 로펌에 접촉한 것 역시 이런 관계가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차원의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 1월 30일 불법 댓글조작에 대한 김 지사의 판결 이후 ▲지역당 당원에게 사법부 규탄 집회에 동참하라는 집단 문자를 발송하고 ▲판결에 불복한다며 ‘여론재판’을 만들겠다는 식의 ‘대국민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각종 집회 등에서 1심 판결을 한 성창호 판사를 ‘적폐 판사’ 등으로 묘사했다. 법조계에서도 여당 내 법조인 출신 의원 등이 김 지사의 변호인 선임 문제에 관여했다는 말이 나온다. 김 전 의원도 “그분들(당내 법조인 출신들)도 그렇고 여러 사람이 변호인 관련 의견을 냈다”고 했다.

지난달 김 지사가 당 차원의 불복운동 등을 부추기는 듯한 내용의 편지를 공개한 김 지사의 아내도 ‘태평양’ 사무실을 찾았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김 지사의 아내는 이 로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을 맡은 (태평양 소속) 변호인들을 선임할 순 없느냐” 따위의 말을 했다고 한다. 다만 ‘태평양’ 측과 김 지사 측은 ‘김 지사의 아내가 태평양을 찾은 일이 없다’는 식으로 밝혔다.

한편 검찰은 성창호 판사를 불구속 기소하고 판사 업무에서 배제한 데 이어, 김 지사에 대한 2심 재판장인 차문호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사법농단 연루자’라 명시한 바 있다. 이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과 대한민국 수호 비상국민회의 등 우파 단체들은 ‘김경수와 드루킹이 공모한 댓글 여론조작으로 부정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하야해야 한다’ ‘김경수에 대한 판결을 문재인 정권이 원하는 대로 끌어가려는 행보를 멈추라’는 등의 지적을 잇고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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