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감 때 심재철 의원 제기한 靑 업추비 오·남용 의혹 관련 11개 기관 점검결과 발표
2017년 5월~작년 9월 집행된 1만9679건 중 '부당사용' 1764건…靑 비정상시간대 사용 2461건
비정상시간대 업추비 집행 대부분에 '업무 연관성 있다'고 판단…靑 81건 酒店 사용도 용인
당초 52개 기관에 공익감사 청구됐으나 11개 기관으로 귀결…"업추비 상한 없다" 논리 등장

문재인 정권의 감사원이 지난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제기된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의 업무추진비 오·남용 의혹 전반에 걸쳐 '문제가 없다'고 13일 발표했다. 그러나 공직자 등의 식사비·선물·경조사비에 3만원에서 10만원까지 상한을 두는 부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에 입각한 감사는 없었다.

감사원은 이날 기획재정부 장관의 52개 중앙행정기관이 사용한 업추비 집행의 적정성에 대해 '공익 감사'를 청구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업무추진비 집행실태 점검' 결과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다만 감사원은 이날 대통령비서실 등 11개 기관에 대해서만 감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1~12월 감사인력 45명을 투입, 대상 기관의 업추비 1만9679건을 전수 조사했고, 그 중 1764건이 '부당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감사의 직접적인 계기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재정정보시스템(d-Brain)에서 확보한 자료를 통해 청와대 등이 심야ㆍ휴일 주점에서 업추비를 사용하고, 일부 내역에 업종이 누락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급 일식집과 영화관에서의 집행도 문제 삼았다.

지난 2018년 9월 정기국회 국정감사 기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업무추진비 오·남용 의혹 관련 기재부 산하 재정정보시스템(d-Brain) 비인가 정보 유출 논란을 놓고 입씨름을 벌인 바 있다.(사진=연합뉴스)  

'심야 술집 간담회 의혹' 등 논란의 핵심이 됐던 청와대의 경우, 지난 2017년 5월부터 2018년 9월말까지 공휴일·주말·심야(오후 11시 이후) 등 사용제한시간대에 업추비가 사용된 건수는 총 2461건에 달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모두 업무 목적에 맞게 적정하게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비정상시간대 업추비 사용 사례 2461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청와대는 집행목적과 시간, 참석자 등을 기록하고 있었고, 실제 상급자가 검토해 결재한 내역과 영수증이 모두 일치했다"는 것이다. "허위증빙이나 사적 사용 등의 문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해당 시간에 업무추진비가 집행된 이유에 대해선 "현안 대응을 위한 부처와의 협의" 등으로 적절했다고 설명했다.

주점에서 집행된 81건의 경우도 "예산집행지침 상 업추비 사용이 금지돼있는 단란 및 유흥주점 등 제한업종이 아닌 기타주점 등 집행이 허용되는 업종에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해당 문제가 제기되기 이전인 2018년 1월 '업추비 세부 집행지침'을 개정해 기타주점 등에서도 집행을 금지하는 등 보다 강화된 기준으로 업추비를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2018년 이후 주점 업종에서 집행된 33건 중 식사 대체 목적으로 치킨점 등에서 집행한 11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집행 건은 모두 취소 또는 반납 처리했다"고 부연했다.

카드 사용 업종이 누락됐다는 의혹에 관해서는 "카드사가 분류하는 4자리 코드를 정부용 6자리로 변환해 전송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4자리만 입력되거나 누락된 경우"로 확인돼 시스템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감사원은 심재철 의원 주장처럼 청와대가 최저가 메뉴가 9만원에 달하는 일식집에서 업추비가 사용된 점도 확인했다. 조사대상 기간 중 대통령비서실이 일식집에서 건당 50만원 이상 결제한 내역은 총 43건, 금액으로는 2800만원에 달했다. 

이에 관해 감사원은 예산집행지침상의 사용제한 업종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등, 집행의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일부는 메뉴당 금액이 10만원에 가까운 일식 음식점에서 집행된 것으로 확인됐으나 대통령비서실은 업무 특성상 음식점 이용자들과의 분리를 통한 보안 유지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활용했다"며 "일식 음식점에서 업추비를 집행했다는 사실만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는 곤란하다"고 청와대의 편을 들었다."업무추진비에는 건당 상한액이 없다"는 논리도 등장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고급 일식집 업추비 사용에 대해 다른 기관과의 형평성 여부, 김영란법 저촉 여부는 여전히 논란으로 남았다. 

이영하 감사원 감사청구조사국장은 이에 대해 "공익감사 청구 대상이 아니어서 김영란법 저촉 여부 등은 감사하지 않았다"며 "청와대 업무 특성상 금액 상한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대통령비서실 업무추진비가 '백화점' 업종에서 사용된 것은 총 698건(식사 등 149건, 물품 구입 549건)이고 액수로 9283만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7500만원 가량이 평창올림픽 기념품, 청와대 만찬 식자재 등 행사물품 구입에 사용됐다고 한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서도 업무 연관성에 따라 적합하게 사용됐다고 결론 냈다.

감사원은 이밖에 대통령비서실 업추비의 '영화관' 업종 사용(5건)과 '티켓' 업종 사용(5건)에 대해서도 업무 연관성에 따라 적정한 것이었다고 봤다. 다만 업무추진비 전용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증빙서류 미비 등의 문제로 대통령비서실이 3건(주의요구 2, 통보 1), 대통령경호처는 1건(주의)의 조치가 이뤄졌다.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의 냉온수기 투입용 식수 구입비(869만원)와 대통령경호처의 평창 출장으로 인한 숙박비(136만원)를 전용 절차(업무추진비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승인받는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업무추진비 예산으로 집행한 것은 문제라고 보고 주의를 요구했다.

대통령경호처는 업추비 사용이 제한된 사우나에서 집행이 논란이 됐지만, 이는 지난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로 고생하고 있는 경호팀을 격려하기 위해 숙소 내 목욕시설을 이용하도록 업추비 6만6000원을 집행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해당 사우나는 정부구매카드가 원천적으로 차단돼야하는 곳이나 일부 카드사가 결제차단조치를 누락했던 것이 드러나 기재부 장관에게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이와 관련 심 의원은 "(국감) 당시 의원실 보좌직원들이 d-Brain을 통해 확인한 주점 사용건수는 감사원 지적내용보다 훨씬 많았으며, 감사원이 심야시간 및 공휴일 사용을 비롯해 총 81건의 주점사용 승인내역을 '업무연관성이 있다'고 인정해준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정작 중요한 청와대와 기재부 등 핵심 권력기관에 대한 업추비 부당사용 실태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솜방망이식 감사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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