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 의총서 "과거 극복하려던 공포정치와 뭐가 다른가…독재적 폭정에 결연히 투쟁해야"
"블룸버그 '수석대변인'보다 심한 NYT '에이전트'에도 말 못하더니, 야당에 황당한 짓"
羅 "윤리위 제소 견강부회…野원내대표 입을 틀어막는 건 국민 입 틀어막는 것"
앞서 與 연설 방해현장서 "여러분 이 본회의장은 의회민주주의 전당입니다" 대응 눈길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황교안 당대표.(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지도부가 13일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내용 일부를 현존하지 않는 "국가원수 모독죄"라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한 더불어민주당과 이틀째 강력히 대치했다. 민주당의 행보를 "견강부회(牽强附會·가당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다 댐)", "좌파독재 정권의 의회장악 폭거", "공포정치"라고 규정하며 맞선 것.

나경원 원내대표는 앞서 12일 연설 중, 지난해 9월말 유엔 총회 무렵 문재인 대통령이 근거가 빈약한 북한 비핵화 보증행위로 일관하자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 됐다"고 빗댄 표현을 인용해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주시라"고 호소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에 홍영표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본회의장 단상과 의장석까지 뛰쳐올라와 연설을 멈추라고 겁박했으며, 이해찬 대표가 "국가원수 모독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당 공식회의 및 논평으로 나 원내대표를 공격했다. 이튿날에는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1시간30분여 앞당겨 열어 나 원내대표를 "측은하다"고 비난했으며, 국회 윤리위에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 명목으로 '국회의원(나경원) 징계안'까지 냈다.

이와 관련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야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데 (여당 의원들이) 단상으로 뛰어가 아우성을 쳤다"며 "국회가 과거 독재 시절로 회귀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정말 놀랐다", "권력기관, 사법부, 언론을 장악한 이 정권이 이제 의회까지 장악하겠다는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좌파독재 정권의 의회장악 폭거"로 규정하고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다. 국가원수 모독이라고 하는데 이미 30여년 이전에 폐지된 조항"이라며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제1야당 원내대표의 입을 틀어막는 것, 이것이 과거 우리가 극복하려고 했던 공포정치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성토했다. 이어 "역사의 시곗바늘을 먼 과거로 되돌리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 정부의 독재적 폭정에 결연히 투쟁해야 한다"고 당 소속 의원들을 독려했다.

특히 황교안 대표는 "(나 원내대표가 인용한) 블룸버그통신은 '수석대변인'이라고 했고, 뉴욕타임스(NYT)는 훨씬 더 심하게 '에이전트(대리인)'라고 표현했다"며 "외국에서 보도될 때는 한마디도 못 하다가 제1야당 원내대표에 대해 한 짓을 봐라. 정말 황당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민주당과 일부 야당 의원들은 오로지 대통령 눈에 들 생각밖에 없는 것 같다"고 비꼰 뒤 "문 대통령과 이 정권은 야당 겁박을 즉각 중단하고 국민 앞에서 의회 폭거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3월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이 '연설 방해' 목적으로 단상까지 나와 한국당 측과 충돌했다.(사진=연합뉴스)

여당의 표적이 된 나 원내대표는 앞서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는 야당 원내대표에 대한 제소는 국민을 제소하는 것이고, 야당 원내대표의 입을 틀어막는 것은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것"이라며 "국가원수 모독이라는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제 여당이 제 원내대표 교섭단체 연설에 대해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했지만 국민들께서는 역대 최고로 속 시원했다고들 해주신다"며 "저는 어제 여당의 태도를 보면서 정말 '귀를 닫는 정부·여당'이라는 생각을 했다. 국민들 목소리에 전혀 관심도 없고 오만과 독선의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질타했다.

또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어제 '국가원수 모독죄' 발언을 한 것은 왜 좌파독재인지를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청와대와 여당에게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는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닭 모가지를 아무리 비틀어도 새벽은 옵니다'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며 "정권이 아무리 국민 목소리를 틀어막아도 국민의 분노는 분출되기 시작한 것이고, 이 정권이 이렇게 귀를 닫으면 국민에게 멀어지는 길을 재촉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군소 야3당이 비례대표 의석 확대 등 선거제도 변경 목적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만장일치 합의' 정신을 무시하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을 강행키로 한 것과 관련, "만약 헌정사상 유례없는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올린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저지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대한민국 국회는 정말 그 앞날을 가늠할 수 없는 길로 갈 것"이라고 재고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나 원내대표는 앞서 12일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들이 자신의 연설 방해 목적으로 고성·막말에, 물리력 행사를 시도하는 중에도 '즉흥 연설'로 항변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당시 그는 "민주당 의원님들, 호소합니다. 원내대표 연설을 들어주십시오. 여러분들의 의사는 이 의사당 제가 연설 끝난 다음에 나가서 마음껏 표현하십시오. 그러나 이 시간은 야당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입니다. 야당 원내대표의 이야기도 듣지 않겠다는 이 민주당의 태도, 이러한 오만과 독선이 이 정권을 오만과 독선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여러분!! 여러분, 들어주십시오! 야당 원내대표의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여러분의 이러한 귀닫는 자세, 이러한 오만과 독선이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제발 조용히 해주십시오. 제 원고를 듣고 여러분 하고 싶은 말씀은 정론관 가서 말씀해주십시오. 이 의회당은, 여러분, 이 의회당은, 이 본회의장은 의회민주주의의 전당입니다. 여러분 의견은 정론관 가서 말씀해주십시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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