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선박 가압류 처지되자 관할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무단 출항

 

해경 경비정에 물대포 쏘는 러시아 선박 [연합뉴스 제공]
해경 경비정에 물대포 쏘는 러시아 선박 [연합뉴스 제공]

대한민국 공권력을 무시하고 물대포로 맞선 러시아 선박 선주와 선원들에게 12일 징역형이 내려졌다.

부산지법 형사17단독 김용중 부장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 강제집행면탈, 출입국관리법·해양경비법 등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인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선장 B씨에게 징역 1년과 벌금 200만원, 기관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300만원을, 해경에 물대포를 쏜 선원 3명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을 판결했다.

김 판사는 "수리비 지급을 면하려고 P호를 무단출항시켰고 추격하는 해경과 경비정 등에 물대포를 쏴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는 해경 경찰관을 위험에 빠트렸다"며 "피고인들의 범행은 대한민국 공권력을 무시하고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어서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8월 28일 오전 0시 40분께 부산 남외항 N-3 묘박지에 정박 중이던 러시아 선적 화물선 P호(5천191t)의 선주 A씨가 부산항 관제센터에 다른 묘박지로 이동하겠다는 거짓말을 교신한 후 P호가 선박 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일본 영해로 전속력으로 내달리며 일어났다.

P호의 운항은 관할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무단 출항이었다.

P호와 교신이 끊어졌다는 관제센터 신고를 접수한 해경은 특공대, 경비정, 구조정, 헬리콥터를 출동시켜 P호를 추격했다.

도주 선박을 발견한 해경은 조명을 비추며 정선 명령을 내렸지만 P호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A씨와 선장 B씨, 선원들은 P호에 접근하는 해경 경비정에 화재 진압용 소화 장비로 물대포를 쏘며 저항했다.

해경은 공해까지 추격하다 예광탄으로 경고 사격을 하고 P호에 특공대를 투입해 2시간여 만에 A씨와 선장, 선원 등 6명을 검거했다.

해경은 나포 과정에서 엔진을 꺼 부유하던 중 일본 영해로 진입한 P호를 부산항으로 예인했다.

지난해 5월 부산항에 입항해 선박을 고친 P호는 수리비 지급 문제로 한 차례 선박이 가압류되자 공탁금 3억여원을 내고 풀려났다.

하지만 기름 유출로 인한 벌금 300만원 미납으로 출항이 정지된 상황에서 다른 조선소에 줄 수리비(13만4,000달러)를 내지 않아 다시 선박이 가압류될 처지에 이르자 러시아로 돌아가려고 도주를 시도한 것이었다.

P호 선주 A씨는 선박 가압류를 피하려고 P호를 끌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돌아오라고 명령했으나 선장 B씨가 거부하자 한국에 입국해 직접 배를 무단 출항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일본 영해로 진입하면 한국 해경이 검거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 전에 붙잡혔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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