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비꼰 외신보도 반년간 입 다물다가 한국당 국회연설에 '뒷북 반발'

사진=미국 블룸버그 통신의 지난 2018년 9월26일자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제목 보도 캡처.

청와대가 12일 문재인 대통령의 친북(親北) 외교를 외신에서 처음 빗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표현을 인용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계기로 대(對)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내가 하면 평화, 네가 하면 냉전'이라는 식의 정권 논리도 되풀이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논평을 내고 "대통령에 대한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모독하는 것이 혹여 한반도 평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 "냉전의 그늘을 생존의 근거로 삼았던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발언이 아니길 더더욱 바란다"고 비꼬았다.

그는 또 "나라를 위해 써야 할 에너지를 국민과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으로 낭비하지 말라"면서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번영을 염원하는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권의 대북·외교·안보정책에 관해 "한미동맹만이 문제가 아니다. 반미, 종북에 심취했던 이들이 이끄는 '운동권 외교'가 이제 우리 외교를 반미, 반일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위험한 도박'에 빗댄 뒤,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다.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주시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김정은 수석대변인' 표현은 지난해 9월 26일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는 제목으로 낸 기사에서 처음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기사에서 "김정은이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를 칭송하는(sing praises) 사실상의 대변인을 뒀다. 바로 문 대통령"이라며 "문 대통령이 미국과 세계의 (대북) 회의론자들을 겨냥해 '북한이 수십 년 동안 도발하고 약속을 어겼으나 이번엔 진정으로 핵무기를 포기하려 한다'는 확신을 심어주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신은 "문 대통령으로서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아야 하는 것 외에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크게 걸려 있다"고도 추정했다. 해당 보도 이후 한국당 등 야권에서는 정치인 발언 및 대변인 논평으로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수석대변인 역할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수차례 낸 바 있다. 그러나 보도 후 약 반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유독 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연설에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1988년 폐지된 국가원수 모독죄(국가모독죄)까지 들먹이며 비난하는 행태는 여론의 공감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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