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최저임금이 포용적 성장 전부 아니다"며 기본소득 도입·고소득자 세율인상 거론
소득불평등 심화시켜놓고 "지난 20년간" 문제라며…"상위 10%가 전체 소득 50% 가져가"
소득주도성장 언급 피하고 '포용적 성장' 강조…혁신성장은 官주도, 공정경제는 규제강화
실업급여 3배로 확대 주장도…노동유연성 확보, 대기업·公기관 노조 양보 필요성 인정은 진전

집권여당이 최저임금 대폭인상에 대해 "경제 전반을 세밀히 살피지 못한 점도 있다"고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미국 내 '밀레니얼 사회주의' 현상, 고소득자 최고세율 대폭인상 논의, 유럽권 일각의 기본소득 도입 논의를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이른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강행해 집권 만 2년도 안 돼 '역대급 소득불평등'을 야기해놓고도, 자신들의 노선이 불평등의 해법이라고도 강변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월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많은 국민들이 3만 달러 시대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불평등과 양극화 때문"이라며 "우리만의 일이 아닌 전세계적 현상"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최근 미국에서는 18세부터 29세에 해당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51%가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를 지지한다고 한다. 심각한 불평등이 만들어낸 현상"이라며, "최근 미국 민주당 내에서는 이른바 '슈퍼 리치'에 대한 과세논쟁이 한창이다. 연간 110억원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최고 70%까지 올리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유럽에서도 몇년 전부터 '기본 소득'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상황은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고 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소득불평등 악화를 "지난 20년간"의 문제로 규정해놓고 "2017년 기준으로,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50%를 가져간다. 우리의 소득 불평등은 미국 다음으로 심각한 수준"이라며, "양극화의 근본적인 해법은 '포용국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포용적 성장은 결코 최저임금 인상이 전부가 아니다"고 대폭인상 책임론을 흐린 뒤 "저소득층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고,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하자는 것"이라고 '좋은 말'로 포장했다.

뒤이어 건강보험 적용분야 확대, 아동수당·기초연금 확대, 실업자 대상 지원 강화 등 구상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서 경제 전반을 세밀히 살피지 못한 점도 있다. 조금 더 가다듬고 보완하겠다"며 "그러나 포용적 성장은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했다.

'포용국가' 개념에 관해서는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를 통해 완성할 수 있다"는 레토릭과 함께 "혁신성장은 '제조업 르네상스'와 벤처·혁신기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엔진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혁신성장은 공정경제가 뒷받침돼야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며 "민주당은 올해 공정거래법, 경제민주화 입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혁신성장'의 개념을 설명하는 데에는 중국의 연구개발(R&D) 정부재정 대거 투자를 예로 들면서 "2030년까지 매년 1조원씩 (예산을) 소재 및 부품산업 R&D에 투입하겠다", "2028년까지 인공지능 반도체 등 선행기술 개발에 2조원을 투입하겠다", "스마트 공장은 올해 4000개에서 2022년 3만개로 대폭 확대", "2022년까지 벤처 지원을 위해 12조원 규모의 펀드 조성" 등 '관(官) 주도 세금 투하'라는 특성을 드러냈다. 

아울러 '규제 샌드박스' 일부 입법 성과도 들었으나, 이런 방식은 정부가 지정한 일부 산업 관련 사전규제를 해소하는 데 그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월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홍 원내대표는 다만 당 차원에서 '노동시장의 양극화' 문제를 거론해 일부 진전을 보였다. 

그는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 중심의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 중심의 2차 노동시장'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한다. 1차 노동시장에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25%인 500만명이 있으나, 2차 노동시장에는 3배나 많은 1500만명이 존재한다. 그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고 지적한 뒤 "노동시장 양극화는 대통령과 정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해법은 사회적 대타협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노동계는 '해고는 살인'이라면서 유연성 확대를 거부하고, 경제계는 안정성을 강화하면 기업에 부담이 된다고 반대했다"며 "저는 덴마크의 '유연안정성' 모델에서, 상생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덴마크는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을 쉽게 허용한다. 근속연수가 길다고 해서 고용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대신 직장을 잃어도 종전 소득의 70%에 해당하는 실업급여를 최대 2년간 제공하고, 전직훈련 등 안정적인 구직활동을 지원해준다"고 예를 들면서 "우리도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사회적 대타협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실업에 대비한 사회안전망도 대폭 강화하자. 현재 실업급여는 월 평균 152만원씩 4개월만 받을 수 있다"며 "우리도 덴마크와 같은 선진국 수준으로 고용불안에 대비하려면 현재 9조원인 실업급여를 26조원 정도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유연성 제고와,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 노조의 임금인상 자제 및 임금체계 개혁 필요성도 거론해 균형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임금체계 단순화가 필요하다며 "호봉급 비중을 줄이고 직무급과 직능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홍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의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기조에 관해 "100년 전 우리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여정을 시작했다"는 표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제치하) 35년간 나라를 빼앗긴 채 살았다"고 언급했다. 좌파 여권에서 주장해온 '100년 전 건국'이 성립할 수 없는 근거를 스스로 밝힌 셈이다.

정치적 쟁점에 관해서는 "'태블릿PC가 조작되었다'는 등 가짜뉴스를 통해 1700만 국민(촛불집회 주최측 연인원 추산)이 이뤄낸 촛불혁명을 부정하고 있다"고 대야(對野)공세를 폈다. 정권 차원의 관심 입법 현안에 대해선 공직자비리수사처신설법(공수처법), '국내·대공 첩보기능 약화' 성격의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청와대가 추진해온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야 만장일치 합의를 관례로 하고, 공직선거법 개정이 요구되는 선거제도 변경에 관해서는 "민주당은 지난 20년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해 왔다"며 군소 야3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론과 일부 입장차를 보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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