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강성 햇볕론자이자 과거 사드 배치와 관련해 ‘나라가 망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김 후보자가 북한 비핵화 의지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미국이 대북제재를 원칙으로 삼고 남북경협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자칫 한미갈등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가 김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방안을 적극 모색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다. 북한경제를 전공한 그는 평소 대북제재에 부정적이고 남북경협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1월 한 언론 매체 기고문에서 그는 “모든 수단의 효과는 다 때가 있다. 지금은 바로 제재 완화라는 수단을 활용할 때”라고 했다. 또한 “비핵화 협상의 실패를 전망하는 회의론은 알고 보면 이념이고 맹복이고 근본주의”라고 했다.

지난해 4월엔 “비핵화라는 개념은 북한, 미국, 한국이 똑같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얘기하는 비핵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비핵화와 같지 않다”고 했던 조명균 전 장관과 다른 얘기다.

지난해 10월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대해 “(두 사업은) 사실은 제재 중에서도 약간 예외나 면제 조항에 해당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간한 ‘70년의 대화’라는 저서에서는 “지난 25여년간 북핵 위기의 역사에서 협상은 짧고 제재는 길었다. 협상은 자주 깜박거렸지만 제재의 불빛은 한 번도 꺼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앞서 지난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전면 폐쇄하자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제재와 압박이라는 것은 실패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한 또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선 “개성공단 폐쇄는 자해적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야당에선 “대북제재가 쓸모없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이 장관으로 임명되면 미국에 주는 메시지가 무엇일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아무래도 전문가 때 이야기했던 부분은 공직 후보로서 검토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수습에 나섰다.

심지어 김 후보자는 지난 2016년 7월 당시 김종인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사드 배치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히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라가 망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해 8월엔 사드배치를 반대하며 “지금이라도 우리운명을 스스로의 힘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수석연구원, 인제대 교수 등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정책 보좌관 등을 지내기도 했다. 작년 4월 국책 연구 기관인 통일연구원장으로 임명됐다. 2016년 인제대 교수 시절엔 ‘냉전의 추억’ ‘협상의 전략’ 등의 책을 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협상의 전략'을 직접 사서 읽은 것으로 전해진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