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 제39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여 국방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절반에 해당되는 여성에게는 국방의 의무가 주어져 있지 않습니다. 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갖가지 대책이 나온 바 있지만(예컨대, 공무원 시험시 군가산점제) 그 정도로 여성의 국방 의무를 대체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헌법대로 여성들도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징집제를 실시해야 할 것입니다.

이 당연한 이야기에 대해, 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 할 사람도 많이 있을 겁니다. 특히 10대의 어린 소녀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질겁할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남자 분들 중에는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있을 겁니다. 세계에서 여군 징집제를 쓰고 있는 나라들이 실제로 있으니까요. 물론 여성을 전투요원으로 쓰는 건 저도 개인적으로 반대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실정을 생각해 볼 때, 현존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뿐이라서 이렇게 제안합니다.

얼마 전 충남 서산에 사는 어떤 아기 엄마가 퇴직을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하죠. 직장에서 오후 6시 넘어 퇴근하는 데 어린이집은 오후 6시 이후에는 아이를 봐 주지 않기 때문이죠. 인천에 사는 50대 후반의 한 아주머니는 어머니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두었습니다. 그 어머니는 CT 결과에 따르면 뇌 속의 해마가 상당히 손상되어 치매 증상이 있는 게 당연한데, 희한하게 공무원이 치매 판정을 하러 오면 갑자기 똘똘해지셔서 번번이 치매 판정 받는 데 실패를 하였답니다. 어머니에게 개인 돌보미를 붙이기도 했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고 애써 돌보미(중국 동포)를 붙여도 어머니가 빈틈을 노려 어디론가 내빼시기도 하고, 주머니 용돈을 모두 도우미에게 줘 버리는 일이 빈번해 아주머니는 할 수 없이 자신이 직접 돌보기로 했습니다. 자식들이 시원찮은 그 아주머니는 어머니를 돌보시면서, “앞으로 나는 누가 돌봐 주나” 늘 걱정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일들은 우리나라 모든 여성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 물론 남자라고 예외는 아니겠지요. 복지 문제는 결국 나라가 해결을 해야 하는데, 양질의 복지 인력을 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복지에 예산을 쏟아 붓다 보면 나라가 거덜 날 게 뻔합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여성 징집제입니다. 여성들 중에 1년 정도의 꽃 청춘 기간을 국가에 헌납하는 데 대해 불만을 제기할 사람도 있겠지만, 이 제도가 나중에 자신들에게 가장 큰 혜택으로 돌아올 줄 안다면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훗날을 위해 1년 정도의 세월을 저축한다고 여기면 됩니다.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방안: 20세에 달한 여성 피징집자들은 현재 남성 공익요원들과 더불어 대한 평화군(Korean Peace Corps)에 소속됩니다. 이들은 분대 혹은 소조 단위로 전국의 국공립 어린이집과 영유아 관리시설(daycare centers), 노인 복지 시설에 파견되어 집단생활을 하며 봉사합니다. 아울러 의료시설이 취약한 농어촌과 도서 지역에서 간호사(전문직종 피교육자)로 근무합니다. 이밖에 젊은이들이 손길이 필요한 곳에 들어가 각종 봉사 활동을 하게 됩니다. 기간은 훈련 기간 1개월을 포함해 1년 2개월(1년 근무를 위해 앞뒤 1개월간 업무 인수인계 기간)로 합니다.

남자들의 경우에도, 현역 복무 인원을 최소화 시키고 가능한 많은 수를 평화군에 소속시키되, 기간은 여성들보다 6개월 정도 늘립니다. 남자는 전투 훈련도 받아야 하기 때문이죠. 현대전은 보병이 싸우는 상황이 아니므로, 젊은 애들을 산골짝에 바글바글 몰아넣고 뺑뺑이 돌리는 일은 최소화시켜야 할 겁니다. 대신 전자 장비와 AI를 이용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남는 인원은 과감히 대민 봉사로 돌려야 합니다.

평화군이 징집되면 기본적으로 8시간 1일 3교대로 근무를 합니다. 출퇴근을 원칙으로 하지만 오지나 도서 지역에 파견되는 평화군들을 위해선 숙소 시설이 있어야 할 겁니다. 군대의 속성상 인권 유린 가능성도 있으므로, 여성 평화군의 경우 여성 장교들이 철저히 신변 보호를 해 줘야 할 겁니다. 이렇게 혹시 생길 수도 있는 문제들을 대비해 나간다면, 여성 징집제는 우리나라를 살리는 신의 한수가 될 수 있습니다.

* PS. 이런 낯선 주장을 하면, 무조건 반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진보다 종북이다” 해 가면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대시는데, 그런 분들에게 부탁합니다. 우리들이 지켜야 하는 보수의 핵심은 기본적 인권을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주의입니다. 이것이 지켜진다면, 어떤 혁신적인 것도 용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혁신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나는 보수다”라고 주장하며 옛날식 손편지만 고집하면 곤란합니다. 어떻게 자유민주주의 가운데 우리의 행복을 최대화시킬 수 있는지 그 혁신적 방법을 찾는 것이 보수 지식층의 과제입니다. 그저 대중들의 소원과 의도를 파악해서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건 포퓰리즘 정치인의 오류입니다. 지도자는 오피니언 팔로워(Opinion Follower)가 되기보다는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일반 사람들과 다른 생각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혹시 제 의견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분이 계시면, “무조건 싫다. 너 종북이냐?”라고 몰아붙이지 마시고, 주장의 근거를 파악하시고 그에 대한 합리적 반론을 제기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그 반론이 합리적이면, 저는 언제든 생각을 수정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최치남 시민기자(전 배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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