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3강 체제에서 1강1중 체제로 재편...인수 완료시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 조선업체로 도약
노조 문제와 기업결합 심사가 향후 변수...이동걸 산은 회장 "생산성 유지되는 한 고용보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넘기는 본계약이 체결됐다. 이로써 독보적인 세계 1위의 조선사가 탄생하고, 한국 조선업은 기존 3강 체제(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에서 1강1중 체제가 정착된다.

이동걸 산은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8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대우조선 지분 인수 계약서에 서명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산은과 합작법인 '한국조선해양'(가칭)을 만들고, 한국조선해양 아래 대우조선을 자회사로 두는 방식으로 인수했다. 이 과정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이 최대주주가 되고 산은이 2대 주주가 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중간지주사로 대우조선 외에 기존의 현대중공업(사업법인)과 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4개 계열사를 두게 된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의 조선업체가 된다. 조선업계와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현대중공업그룹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114만5천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점유율 13.9%)의 수주잔량을 보유했다. 여기에 584만4000CGT(7.3%)를 보유해 2위인 대우조선의 수주잔량을 합치면 통합 회사의 총 수주잔량은 1698만9천CGT, 점유율은 21.2%까지 늘어난다. 이는 3위인 일본 이마바리조선소 수주잔량 525만3000CGT(6.6%)의 3배가 넘는 규모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 인수를 계기로 이미 한국 조선이 선점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선종 수주전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고히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 클락슨 집계를 보면 작년 한 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총 69척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이 29척, 대우조선이 18척을 각각 수주했다. 단순 계산하면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이 합쳐질 경우 전 세계 LNG선 발주 물량 가운데 70% 가까이 확보할 기술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이밖에 대우조선이 쇄빙선, 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방산 분야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점쳐진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의 '방산업체 경영분석'에 따르면 2017년 함정 분야 매출 총 1조6380억원 중 대우조선이 8838억원, 현대중공업이 4184억원으로 두 회사가 전체 함정 매출의 79.5%를 가져갔다. 특히 대우조선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100대 방산업체 중 85위를 기록한 바 있다. 

최근 세계 조선업은 거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는 추세다. 일본 이마바리 조선소는 일본 내 8개 중소 조선소를 인수해 세계 선두급 조선사로 성장했으며, 최근 대형 선박 건조로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역시 국영조선소인 선박공업집단공사(CSSC)와 선박중공집단공사(CSIC) 간 합병으로 대형화를 시도했다. 네덜란드 다멘은 설계 등 핵심 기능은 본사에 두고 저임금국 32개국에 중소 야드를 인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이번 인수를 완전히 마무리되기 위해선 국내 노조의 반발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기업결합 심사에서 만약 독점 문제가 지적되어 심사에 참여하는 국가들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한다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현대중공업과 산은은 노조측의 반발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번 인수합병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등을 우려해 상경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동걸 산은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생산성이 유지되는 한 대우조선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보장은 기존 현대중공업그룹과 동일한 조건으로 지켜질 것"이라며 고용안정을 약속했지만, 노조측의 반발은 지속되고 있다.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서는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이 이날 본계약 브리핑에서 유럽연합(EU)과 중국, 일본 등의 경쟁당국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그 외 국가도 추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사는 자국 내 동종 산업의 경쟁 문제와 선주들의 이해관계, 독과점 등을 종합적 판단해서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법률적 부분에서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철저히 준비하겠다"며 "지금은 낙관이냐 아니냐 말하기 어렵지만 모든 관련 주체와 최대한 협조해서 이른 시간에 완료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상반기에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물적 분할을 의결할 예정이며 기업결합 심사를 마치면 한국조선해양 설립과 출자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기업결합 심사는 공정거래위원회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해외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도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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