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9일 가짜뉴스 유포 및 명예훼손 211건 고소·고발에 나서면서 '무(無)관용 법적 대응'을 공언했다. 야당 시절 많은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의 '무절제한 표현의 자유'까지 종종 옹호하던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되자 태도가 확 바뀐 셈이다.

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가짜뉴스법률대책단(단장 조용익)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월8일 신고센터 오픈 후 접수된 신고 건들에 대한 법적 조치를 위해 1월22일 조용익 변호사를 중심으로 이원호 변호사(부단장), 이헌욱 변호사(모니터단장), 홍정화 변호사, 강성민 변호사, 최재성(前 정당발전위원장)으로 구성된 6인의 법률대책단을 꾸렸다"며 "지난 26일까지 접수된 5600여건 중 악성 유포자를 선별, 211건의 고소·고발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고소 내용에는 지난해 12월말 북한의 세균전 위협 경계 여론이 높아진 시점 청와대가 기관 전용으로만 탄저균을 수입한 정황과 함께 '청와대 직원만 백신을 맞았다'고 일부 미확인 사항을 적시한 '뉴스타운' 보도는 물론, 김진권 자유한국당 군의원이 몸통은 어린아이인 북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 얼굴을 한 개 위에 올라타 있는 합성사진을 유포한 건 등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2018년 2월24일까지'라는 설이나,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사칭 및 합성사진 유포 건 등도 고소 대상이 됐다. 

법률대책단은 추가 고소를 위해 신고센터에 접수되는 내용을 지속 검토하고 50여명의 시민으로 구성된 모니터단도 꾸려 감시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조 단장은 "가짜뉴스 유포와 욕설·혐오 발언에 대해서는 무관용으로 법적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고, "또한 매크로 댓글에 대한 근거도 수집하고 있다"고 의혹 추적 중임을 시사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가짜뉴스법률대책단에서 제작한 고소·고발 홍보물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가짜뉴스법률대책단에서 제작한 고소·고발 홍보물

민주당의 이런 행보는 최근 추미애 대표가 공식 회의에서 '문재앙·문슬람 댓글 고소'를 공언하며 윤영찬 현직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을 배출한 네이버까지 비난 대상으로 삼은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러나 이는 '공인을 향한 명예훼손의 경우 표현의 자유가 폭 넓게 보장 받아야 한다'는 민주당의 예전 입장과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 내부로부터도 나오고 있다.

전임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초 '박근혜 생식기' '박근혜 돌대가리'라는 키워드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명예를 훼손한다며 연관 검색어 삭제를 네이버에 요청했으나, 한국인터넷자율규제심의기구(KISO)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그동안 표현의 자유를 감안해 당 차원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밝힌 '이회충', '쥐명박', '닭그네' 용어는 지금도 대다수가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박 대통령이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주름수술을 받았다거나, 밀회를 즐기고 있었다는 등 '7시간 행적을 다 알지 못한다'는 것 외에 상호 개연성도 없는 유언비어가 민주당 지지층 등의 댓글과 입을 타고 인터넷을 나돌았다. 일부 좌편향 방송 프로그램 등이 주도한 '세월호 국가정보원 소유설'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이 세월호를 집중 정쟁 사안으로 가져간 3년째인 2016년, 9월부터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는 세월호 7시간 의혹에 '최태민 목사를 기리는 300인 인신공양설', '마약 투약설', '성형 시술·수술설', '미용실 올림머리설'까지 불거졌다. 

존재하지도 않는 롯데호텔 36층 '객실'을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있던 구체적 장소라고 허위 폭로하는 언론 보도마저 나왔다. 재활운동센터장을 마사지샵 원장으로 왜곡하거나, 박 대통령을 근거 없이 '최태민 또는 최순실의 정신지배 하에 놓인 인물'로 규정하는 낭설이 봇물을 이루고 언론계가 앞다투어 자극적인 보도를 내는 상황을 즐기며 "5분 단위로 대통령의 행적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진영의 중심에는 민주당이 있었다.

제19대 대선을 세 달 앞둔 지난 2017년 2월9일 방영된 JTBC '썰전' 대선주자 특집에서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출연해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납득할 수 없는 비판, 비난도 참을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참아야죠 뭐"라고 답변하는 장면이 나와, 이후 두고 두고 회자되면서 집권 이후 행보와 대조되고 있다.(사진=JTBC 썰전 방송화면 캡처)
제19대 대선을 세 달 앞둔 지난 2017년 2월9일 방영된 JTBC '썰전' 대선주자 특집에서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출연해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납득할 수 없는 비판, 비난도 참을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참아야죠 뭐"라고 답변하는 장면이 나와, 이후 두고 두고 회자되면서 집권 이후 행보와 대조되고 있다.(사진=JTBC 썰전 방송화면 캡처)

당 소속 국회의원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위 작품전을 열고 박 대통령을 나체로 묘사한 인격·여성비하 그림 앞에서 버젓이 사진을 찍었고, 광화문 광장에서 나체로 박 대통령이 사내아이를 강간하는 모습을 그린 흉물이 전시돼 있어도 한 마디 비판은커녕 꼬박꼬박 정권 퇴진 촛불시위를 이끌고자 찾았다.  

청와대에 입성하고도 박근혜 정부 청와대 안에 '거울방'이 있었다며 박 전 대통령을 정신이상자로 매도하는 보도에 뚜렷하게 확인조차 않으면서 확대 재생산을 방조하거나, 입수 경위가 불투명한 '캐비닛 문건'을 찾았다며 세월호 7시간에 30분이 더 있었다며 옥중 전직 대통령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거듭 부추긴 것도 현 집권당이다. 

정작 박근혜 정부는 '당사자(또는 대리인)가 직접 이의제기를 신청하지 않는 한' 문제의 게시글 삭제조차 어려운 현실 아래 합법적인 대응 방안을 찾으려 한 것으로 전해진다.대통령이 일일이 명예훼손 심의 요구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한 듯 2015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신고만으로 명예훼손 댓글을 삭제하는 심의규정 개정을 추진했으나 민주당을 중심으로 반대해 이를 무산시켰다. 

당시 민주당의 반대 논리는 방심위의 행동이 "대통령과 국가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비판마저도 차단하고 언론의 '빅브라더' 역할을 하겠다는 폭력적인 발상"이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중대한 도전행위"라는 것이었다. 민주당은 집권에 앞서서는 ▲인터넷 실명제 완전폐지 ▲정보통신망법상의 사업자의 일방적 임시조치 개선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위법성 조각사유 대폭 확대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물 자율규제 전환 등을 공약하기도 했다.

형법상 불소추 특권을 갖는 대통령을 옹위한다며 집권여당 대표가 앞장서서 댓글 통제 가이드라인을 내리고, 당내 위원회가 국회 기자회견까지 열어 사실상의 블랙리스트를 발표하는 지금의 태도와는 대조된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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