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외교위원들은 5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부터 2차 미북 정상회담 결과를 보고받았다. 의원들은 “미국은 북한에 모든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의 폐기를 요구했지만 북한은 비핵화 할 준비조차 돼 있지 않았다”며 “추가 대북제재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은 이날 비건 대표로부터 결과 보고를 받은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북한에 핵무기 외에도 생화학 무기를 포함해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의 폐기를 요구했고 또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하노이 회담 후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의 요구와 관련해 “북한의 비핵화 개념을 확대해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했다”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가드너 의원은 “북한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포함해 과거 여러 차례 비핵화 약속을 했었지만 자신들의 약속을 지킬 준비가 안 됐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비핵화 없는 정상화란 없다’는 의회의 입장은 분명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자리를 뜬 것은 옳았다”고 평가했다. 그런 식의 합의는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에서 볼 때 미국이 그 동안 시행해온 모든 것을 내주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북한은 하노이 회담에서 김 씨 일가의 각본을 반복하며 ‘가망성 없는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놔 거절당했다”며 “미국은 제재완화와 관련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이번 회담을 통해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가드너 의원은 “미국은 협상 국면에서도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며 “외회는 선박 간 불법 환적이나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제3국에 대한 추가 제재를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위원장은 미북 양측이 이번 회담에서 이견을 좁혔고 트럼프 행정부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믿고 있다며 곧 추가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데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밝혔다.

리시 위원장은 “북한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향후 실무급 협상 일정은 밝힐 수 없지만 만남은 지속되고 있고 미북 양측 모두 이롭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정상 간 만남이 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단계적 접근을 하지 않을 것이며 부분적 합의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모든 것을 담은 포괄적 합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며 한국의 발전을 예로 들었다”며 “그러나 북한이 그렇게 되려면 먼저 비핵화를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밥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에 나서지 말았어야 했다”며 “미국이 북한과 합의하지 않은 것은 옳았고 이제는 체계적인 방법을 통해 북한 비핵화 가능성을 진지하게 시험할 차례”라고 했다.

그는 “만약 북한이 비핵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면 미국에게 남은 옵션은 훨씬 더 도전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하노이 회담이 불발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모두의 실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무엇인가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 정상회담만 기다리면 미국 측과 협상을 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고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을 만나면 모든 것을 직접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 실수였다며 회담 결렬이 긍정적인 이유는 ‘협상가들에게 일을 맡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머피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리를 뜨는 것이 북한이 진지하게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강요할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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