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4년간 12조원 투자해 벤처 기업 키우겠다"...'제 2 벤처붐 확산 전략' 발표
여당, 벤처 기업가치 1조원 도달 전까진 차등의결권 발행 허용 추진
이병태 교수 "그럼 주가 등락에 따라 차등의결권이 있다 없다 한다는 것인가?"
"펀드 부족해 벤처가 못 크는 것 아냐...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조성"
전문가들 "정부주도형 벤처 붐은 아마추어적 발상...90년대 말처럼 좀비기업 속출한다"

 

문재인 정부가 이번엔 제2 벤처 붐을 새로운 경제 테마로 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중소벤처기업부의 '제2벤처붐 확산 전략' 발표 현장에서 "이제 우리 정부는 창업 국가를 넘어 벤처가 성장하고 도약하는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제2벤처 붐을 일으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함께 노력해왔지만, 우리 벤처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도 있었고, 또 스타트업이 스케일업(Scale-Up·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해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대형 전용 펀드를 조성해 향후 4년간 12조원 규모의 투자를 창출해 스케일업을 지원하고,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와 맞물려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은 최근 벤처기업을 지원하겠다며, 기업가치가 1조원에 도달할 때까진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현행 상법에서는 의결권에 관해 1주 1의결권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차등의결권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의결권을 2개 이상 가진 주식을 발행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창업자자의 의결권이 늘어 창업자의 기업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대표 수단이다.

차등의결권 도입 논의를 맡고 있는 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자본특위) 위원장인 최운열 의원은 "기간이 얼마나 되는 창업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그래서 기업 가치를 기준으로 차등의결권 일몰 여부를 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초 상장 벤처기업엔 차등의결권을 주지 않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자본특위와 당 정책위원회의 논의 결과 기업가치를 키우는 게 기업의 핵심이란 차원에서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안으로 결정했다. 

홍남기 부총리도 이날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벤처붐 확산 전략'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벤처기업의 차등의결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당의 '벤처 차등의결권' 입법 추진과 관련해 “법들을 어떻게 이렇게 만들겠다는 발상들을 하나”라면서 “기업 가치라는게 가장 객관적인게 상장후 주가로 결정되는데 그럼 주가 등락에 따라 기업의 차등의결권이 유효했다가 없어졌다가 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그럼 1조원이 넘어서면 외국계 벌처 캐피탈이 와서 경영권을 빼앗가 가도 괜찮다는 것인가”라며 “국부라는 것을 생각하면 대기업일 수록 경영권이 보호되어야하지 잔챙이만 보호해서 되겠나. 대기업을 육성하려면 규모에 따른 차별과 보호를 최소화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날 펜앤드마이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벤처 기업이 크지 못하는 것은 펀드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근본적으로 오리지널 아이디어가 부족한 것이 첫째고, 그 다음으론, 촘촘한 규제 장벽으로 인해 시장에서 스케일 업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우선순위는 규제를 없애서 기업들이 확장할 수 있는 시장을 조성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12조원의 돈을 들여 벤처 붐을 일으키겠다는 발상은 아마추어적이라고 지적이 나온다. '제 1 벤처 붐'이었던 90년대 말에 창업해 성공한 벤처 기업들은 민간에서 육성된 것이지 정부 지원금으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당시 막대한 정부지원금을 타가기만 하는 좀비 기업들이 속출했는데, 이번에 정부가 주도해 벤처를 육성하려 하면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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