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작년 11월 공소장에서는 ‘성창호-조의연-신광렬’ 등 3명 직권남용 ‘피해자’로 기재
자수변, 사법부 독립 침해 규탄하며 김경수 항소심 정치적 판결 우려하기도
황교안도 "명백한 김경수 판결에 대한 보복이고 사법부에 대한 겁박" 평가
성창호, 피해자서 가해자로 4개월 만에 뒤집혀...법조계서 '토사구팽 격 기소' 지적

성창호 부장판사 [연합뉴스 제공]
성창호 판사. (사진 = 연합뉴스)

성창호 판사가 5일 불구속 기소되면서, ‘정부에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에 대한 보복성 처벌’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지난해 11월 공소장에서는 성창호 판사를 소위 ‘사법농단 피해자’로 묘사했다는 점이 전해지면서, ‘정치 검찰’ 논란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검찰이 이날 성창호 판사 불구속 기소 혐의로 든 것은 ‘공무상 비밀누설’이었다. 성창호 판사가 2016년 당시, 법조계 전방위적인 로비 의혹으로 확산된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혐의자의 영장심사 정보를 당시 법원행정처에 유출해 사법농단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성창호 판사 외에도 전현직 판사 9명이 소위 ‘사법농단 가해자’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런데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기소하던 2018년 11월 공소장에서는 ‘성창호-조의연-신광렬’ 등 3명을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피해자’로 기재했다. 법원행정처(임 전 차장)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은 세 판사가 ‘의무 없는 영장정보 유출 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4개월 만에 성창호 판사는 ‘가해자’로 바뀐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조치가 ‘정부여당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여당에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에 대해 즉각 ‘처벌’ ‘징계’ ‘탄핵’ 등이 거론되는데, 어떤 판사가 소신껏 판결을 하겠냐는 것이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 30일 김경수 지사 1심 유죄판결 이후 성창호 판사를 두고 ‘적폐사단’ ‘양승태 키즈’ 등 인신공격을 일삼고, 1심 판결에 불복하겠다며 설명회까지 열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당을 동원해 ‘김경수 판결불복 집회에 참여하라’는 문자까지 뿌려, ‘사법부 독립 침해’에 대한 비판이 커진 바 있다.

김태우, 신재민 등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겠다며 출범한 ‘자유를 수호하는 변호사들(자수변)’은 6일 오전 11시30분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우리법연구회 법관에 배당된 김경수 항소심재판! 그 불공정성을 우려한다’는 성명을 내고 “김경수와 정권 살리기’에 사법부가 적극 나선 건 아닌지 국민적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여당에 발맞춘 사법부의 성창호 판사 처벌과 더불어, 김 지사에 대한 항소심을 맡은 김민기 서울고법 판사(48)가 친문(親文) 성향 법관 단체로 평가되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도 문제삼았다. 이른바 ‘같은 편’인 만큼, 정치적 판결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성창호 판사가 불구속된 데 대해 “누가 봐도 명백한 김경수 판결에 대한 보복이고 사법부에 대한 겁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은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판사는 탄핵한다고 협박하고 있다. 삼권 분립이 완전 무너진 상황에서 어떤 판사가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내리는가.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싸워야 할 문재인 정권의 좌파 독재”라고도 했다.

성창호 판사가 과거 정권에 친화적으로 평가된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는 점과 함께, 몇몇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이번 기소는 토사구팽 격’이라고도 지적한다.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둔갑된 것은 차치하고라도, 정운호 게이트 당시에도 ‘성창호 판사가 정운호 게이트 관련 영장심사 정보를 외부에 뿌린 것도 아니고 내부에서 공유했으니 비밀누설은 아니다‘는 주장도 나왔었다. 하지만 기소 내용이 4개월 만에 바뀌면서, ‘검찰 스스로 정치수사를 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라는 법조계 비판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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