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미세먼지 언급했으나 발생책임 언급없이 '인공강우 협의' 추진 지시에 그쳐
'국가역할' 요구되는데 470조 예산에 또 '미세먼지 추경' 세금투하…국회에 넘겨 책임론 희석?
전희경 "文 후보때 '아이들 대신 미세먼지 다 마시고 싶은 심정' 국민 기억…정부 존재이유 뭐냐"
이만희 "공기청정기나 보급하란 게 비상조치? 파란하늘 아래 숨쉬고 싶은 국민은 참담"

지난 2017년 4월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 저감 공약 발표 과정에서 "할 수만 있다면 아이들 대신 미세먼지를 다 마시고 싶은 심정"이라고 발언한 모습.(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발(發)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대란(大亂)에 대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중국에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라고 요청하는 '정공법' 대신 지난달 실패한 전례가 있는 '인공강우'를 중국과 협의하라는 수준에 그쳤다. 또 이른바 '미세먼지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지시해, 국회로 해결 책임을 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6일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협의해 긴급대책을 마련하라"면서 "한중(韓中)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동시에 공동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협의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앞서 한중 환경장관회의에서 인공강우 기술협력을 하기로 이미 합의했고, 인공강우의 기술력은 중국 쪽이 훨씬 앞선 만큼 서해 상공에서 중국과 공동으로 인공강우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도 했다.

지난 2017년 12월15일 중국 국빈방문 시기 베이징대 강연에서 '중국식 사회주의로 세계 강국이 되겠다'는 취지의 중국몽(中國夢)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2월15일 중국 국빈방문 시기 베이징대 강연에서 '중국식 사회주의로 세계 강국이 되겠다'는 취지의 중국몽(中國夢)에 "한국은 작은 나라"라며 함께하겠다고 발언한 모습.(사진=채널A 보도화면 캡처)

그런데 문 대통령은 "중국 쪽에서는 우리 먼지가 중국 상하이 쪽으로 간다고 주장하는데 서해 상공에서 인공강우를 하면 중국 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대통령이 구태여 '미세먼지 가해자'로 인식되고 있는 중국 측 입장을 들어 인공강우 협력 강화 명분을 찾은 셈이다.

인공강우와 관련, 직전 주중대사 출신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북경이 서울‧경기를 합친 것 만큼 넓은 땅인데 인공강우를 통해 새벽부터 밤 늦도록 많은 양의 비를 내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청와대는 한중이 함께 미세먼지 예보시스템을 공동으로 만들어 공동대응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같은 내용을 지시하면서 문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추경을 긴급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앞으로 추경은 문 대통령이 전날 지시한 공기정화기 대수를 늘리거나 용량을 늘리는 지원사업과 중국과의 공동협력사업을 펴는 데 쓰일 비용"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현재 30년 이상 노후화된 석탄 화력발전소는 조기에 폐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이날 오후부터 자체보유 업무용 차량 운행 및 직원들의 출퇴근 시 개인 차량 이용을 전면금지하는 등 미세먼지 자체 대책도 시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미세먼지로 국민들께서 피해와 고통을 겪고 있는 마당에 청와대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배경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기간동안 보유 업무용 차량 51대 가운데 전기차 6대와 수소차 1대만 운행하고, 직원들도 같은 기간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기로 했다. 또한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시에도 직원 차량 2부제를 시행한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 이만희 원내대변인.(사진=연합뉴스)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발 미세먼지 대책을 '뒷북 대응'이라며 즉각 성토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그동안) 중국발 미세먼지를 확실히 인지하면서도 강력한 항의조차 못하고, 사리에 맞지도 않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다면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을 늘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더니, 대책이라고 내 놓은 것은 실효성도 별로 없는 비상경보문자 발송, 차량2부제 실시 등이 전부였다"며 "다급했던지 대통령은 오늘(6일) 중국과의 인공강우 실시방안 추진, 한·중 미세먼지 예보시스템 대응방안 추진 등 뒷북행정을 펼치고 있다. 때도 늦었고 실효성도 의문인 대책들"이라고 지적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특히 "'할 수만 있다면 아이들 대신 미세먼지를 다 마시고 싶은 심정이다', 문 대통령이 2017년 (4월) 후보시절 SNS에 작성해 올린 글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국민들은 공기질 세계 최악 1, 2위를 다투는 데이터를 놓고 할 말을 잃었다"며 "대통령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 신뢰를 잃었다. 재앙이 돼버린 미세먼지를 두고 국민들은 정부의 존재이유를 되묻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최악의 상황을 자초한 문 대통령은 국민들께 사과부터 해야 한다. 북핵은 물론 미세먼지와도 상관없는 장하성 주중대사 지명철회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한국당은 미세먼지특위를 통해 관련 전문가와 함께 대책을 마련하고 국민 건강과 생존권 수호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추경 검토 지시를 공략했다.

그는 "미세먼지 배출의 핵심인 중국은 왜 그냥 두냐는 비난이 빗발치자 부랴부랴 대통령이 관련 지시를 내렸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지만, 대통령 후보 시절 미세먼지 협력을 한중 정상급 의제로 격상시키고 양자 간 공동연구 등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한지 2년이 지나도록 진전된 것은 찾기 힘들다"며 "실제 현 정권 들어 발족한 범정부 차원의 '미세먼지 국가전략프로젝트 사업단'이 내세우는 성과라곤 여전히 예정, 예정, 추진, 추진이 전부고, 그나마 국내에서 공기청정기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현 정권의 규제 등으로 단시간에 생산량을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마스크 쓰고 외출 자제하라며 문자나 보내는 마당에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비상조치마저 '공기청정기나 보급하라'는 수준이라고 하니 국민은 어이없다 못해 참담할 지경"이라며 "국민은 회색 하늘 아래 마스크와 공기청정기에 의지해 살아남고 싶은 것이 아니라, 파란 하늘 아래 자유롭게 숨 쉬며 살고 싶을 뿐이라는 걸 현 정권은 명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현 정권이 탈원전 및 화력발전 증대 방침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고 짚기도 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김정화 대변인이 "정부의 무능이 한결같다.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 재난 문자만 보내지 말고, 재난을 해결하라"면서 "미세먼지가 '난무하는' 나라, 미세먼지를 '나 몰라라'하는 정부"라고 했다. 이어 "공기정화기에 재정적 지원을 한다고 했는가? 참으로 비상한 조치다. 정부의 대처가 목불인견"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제발 제.대.로 해라"라고 논평했다.

한편 6일까지 '세자릿 수' 초고농도의 미세먼지 공습이 계속되고 있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특보도 내륙 전 지역에 여전히 발효 중이다. 수도권은 엿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해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고, 총 17개 시·도 중 14곳으로 비상저감조치 발령 광역단체가 늘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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