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의 위험한 교육실험…‘경쟁’ 사라지는 교실
외고 ·자사고 폐지하고 '혁신학교' 일방적 몰아주기

‘경쟁은 나쁘다’는 인식이 교실을 채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인 소위 ‘교실혁명’이 이 같은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8개월이 만들어낸 교육 현장의 모습이다.

경쟁의 부정적 이면만 강조하는 교육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인재 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곳곳서 터져 나오고 있다.

● ‘경쟁 나쁘다’며 외고‧자사고 무작정 폐지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지난해 6월 경기지역의 외고와 자사고 열 곳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전국에서 외고 자사고를 폐지하겠다는 교육청이 줄을 이었다. 지금까지 전국 교육청 17곳 중 9곳이다. 시도교육감이 5년마다 재지정하지 않으면 자격을 잃게 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근거를 두고서다.

학생 줄 세우기를 줄이고 공교육을 부활시키겠다는 게 외고 자사고의 폐지 이유다.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이 갑자기 속도를 내면서 교육 현장이 혼란에 빠졌다. 진학을 준비하던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학교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외고는 지난해 개교 이래 처음으로 지원자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에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자사고에 가면 사교육을 그나마 덜 받고도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준비 중이었는데, 미래가 불투명해 포기했다”며 “대신 좋은 학원을 급하게 수소문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근본적으로는 외고‧자사고 폐지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고‧자사고를 폐지한다고 해서 고교 줄 세우기가 사라지거나 공교육이 저절로 살아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오세목 자사고협의회 회장은 “외고‧자사고 폐지는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교육에 대한 권리와 상충되는 내용”이라며 “교육의 모든 문제가 외고‧자사고에서 시작된 것처럼 만들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경자 전국학부모교육 시민단체연합 공동대표도 “학교를 선택하지 말고 집에서 가까운 아무 고등학교에 진학하라는 게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이라며 “이는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내각의 고위 공직자 자녀 상당수는 외고‧자사고를 졸업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장남과 차남은 각각 명덕외고와 대일외고를 나왔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딸도 외고에 입학했다가 일반고로 전학했다.

예산 몰아주는 혁신학교, 현장서는 ‘글쎄’

외고‧자사고의 빈자리를 채우는 건 이른바 ‘혁신학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혁신학교의 성과를 일반학교로 확산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혁신학교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09년 경기도 교육감 시절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교사에게 교육과정 자율권을 주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활동과 토론 중심 수업을 강조한다.

경기도 교육청이 가장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교육청은 올해 3월부터 운영될 혁신학교 100개교를 새로 지정했다. 기존에 운영되던 학교와 합산하면 경기도내 혁신학교는 총 541개교다. 경기지역 전체 초중고 2,342개교의 23.1%다. 2009년 첫 도입 이후 8년여만의 일이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혁신학교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16년 전국에서 치러진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에 따르면, 혁신학교 고교생의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세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혁신학교 고교생의 11.9%가 기초 학력에 미달했다. 전국 고교 평균은 4.5%다.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대로 혁신학교 지정이 무산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해 9월에는 충북 제천고가, 10월에는 광주 대광여고의 혁신학교 지정이 무산됐다.

그럼에도 혁신학교 확대는 앞으로 더 빠르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사항으로 제시한 데다, 혁신학교를 처음 도입한 김상곤 전 교육감이 교육부 수장으로 취임했기 때문이다.

학생 1인당 지원되는 예산도 혁신학교에 편중돼 있다. 경기도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보면 일반학교와 혁신학교의 1인당 지원 예산은 최대 25배나 차이난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혁신학교에 반대하는 목소리마저 줄어들고 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지금까지는 선생님들도 학생들의 학력저하를 우려해 혁신학교에 대한 반대 의견을 많이 냈었는데, 지금은 반대하는 선생님들이 대부분 입을 닫고 있다”며“혁신학교에 반대하면 반정부 의견을 갖고 있는 것처럼 매도당할까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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