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이 수소전기차에 대해 비판적인 보고서를 작성했던 류연화 연구원(47)에게 계약 해지 통보하고 해당 보고서를 전량 회수해 내용을 수정한 후 재발간한 것으로 밝혀졌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류 연구원이 작성해 지난달 1월 18일에 공개된 수소전기차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전량 회수해 일부 내용을 수정한 후 같은 달 29일에 재발간했고 지난달 1일에는 류 연구원에게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류 연구원은 지난 1월 18일 '수소차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가 수소전기차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지만 전기차 대비 에너지 효율, 주행 성능 등 상품성에서 한참 뒤져 있고,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수소전기차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전기차를 넘어설 수 없다"라고 분석했다. 

또 류 연구원은 "수소전기차 운행은 힘들게 생산, 수송, 저장한 값비싼 수소연료를 낮은 효율과 재미없는 차에 낭비하는 꼴"이라며 "현대차는 이런 근원적인 난제를 선두에서 풀어야 하기에 수소전기차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밸류에이션 상승보다 장기적으로 동시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화투자증권은 해당 보고서를 전량 회수한 뒤 그달 29일 다시 발간했고 재발간된 보고서에는 회사의 공식입장이 아닌 연구원 개인의 생각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내용이 변경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대규모 수소경제 계획을 밝힌 날 수소차 개발에 회의적인 시각을 담은 보고서가 발간돼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그림이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모양새는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고서를 회수하는 것은 전례없는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류 연구원의 보고서가 처음 발간되기 직전인 1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울산을 방문해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수소 경제를 강조한 문 대통령과 다른 방향의 보고서가 나오자 한화투자증권이 보고서를 황급히 수습하고 연구원 입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류 연구원은 "회사 측에서 해당 보고서가 정부 정책에 반(反)하는 내용이라는 점, 그리고 발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보고서의 퀄리티(품질)가 떨어진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폐기를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류 연구원은 고려대와 동대학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현대기아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한맥투자증권 리서치 팀장, IM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자동차/부품) 등을 지냈다.  

석유화학·정유 분야 애널리스트 출신인 한화투자증권의 박영훈 리서치센터장(48)은 "작년 여름부터 류 연구원에 대한 재계약 중단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류 연구원도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회사측을 입장을 설명했다. 

또 박 센터장은 "전기차와 수소차를 제대로 비교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생산부터 구동까지 전 과정을 고려해야 하는데 류 연구원은 전기차의 경우는 배터리에 전기가 충전돼 있는 상태로 가정하고 수소차는 수소 연료 생산까지를 감안해 수소차의 비효율성에 주목했다"고 자동차 분야 애널리스트 출신인 류 연구원의 보고서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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