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게 이른바 ‘국정농단 방조·묵인’ 혐의 및 문체부 인사개입 혐의 등을 적용해 징역 8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실체가 불분명한 혐의들을 ‘국정농단 방조·묵인’이란 모호한 단어로 엮어 과한 형량을 구형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은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은 민정수석이 가진 막강한 권한을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또한 "국가 기능을 상실케 했지만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반성하기보다 위로는 대통령에게, 아래로는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개전의 정이 전혀 없다"며 “엄중한 책임을 묻는 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결심공판에 출석하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

우 전 수석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검찰의 구형량에 대해 담담한 목소리로 "8년은 지나치다"고 항변했다. 또한 "검찰은 국정농단으로 시작해 민정수석실 업무, 국정원 사건으로 수사대상을 바꿔가며 1년 6개월 동안 수사를 계속했다"며 "이건 누가 봐도 표적수사다. 이제는 일련의 상황을 과거 제가 검사로서 처리한 사건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 형사재판이 아니라 한국에서 검찰을 이용한 정치보복 시도에 대해 사법부가 단호하게 오직 법에 따라 판결한다는 것을 보여줄 의미 있는 재판이 됐다고 본다"며 "법치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우 전 수석은 검찰이 적용한 주요 혐의에 대해서는 "정당한 업무, 청와대 관행에 따라 합법적인 방법으로 수행했다고 믿고 있다"며 "직권을 남용하고 직무를 유기하고 감찰을 방해했다는 등의 공소사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이 그에 대해 8년이란 중형을 구형한 데 대해서는 사실상 같은 사건을 다른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무리한 정치검찰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세 번째 기소만에 구속시킬 당시에도, 검찰측의 ‘될 때까지 한다’는 식의 일련의 과정 속에 일각에서는 '이게 무슨 죄냐', '괘씸죄 아니냐', ‘법치가 맞는거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앞서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 15일, 검찰의 세 번째 기소 만에 구속됐다. 구속 이전인 11월 24일에는 재판 후 돌아가는 우 전 수석의 휴대폰과 차량을 검찰이 바로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이를 곧바로 집행하기도 했다.

한편, 우 전 수석에 대한 선고는 다음 달 14일 이뤄진다.

이밖에도 검찰은 이달 4일 우 전 수석을 국가정보원에 지시해 공직자와 민간인을 광범위하게 불법 사찰하고,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의 운용 상황을 보고받은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이 사건은 나상용 부장판사에 배당돼 30일부터 재판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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