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공제율 낮출 시, '유리지갑' 연봉 5천만원 직장인들만 피해 본다
카드사들의 불만도 가중..."왜 신용카드만 소득공제 축소하려고 하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가 제로페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중산층들의 유리 지갑을 턴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홍 부총리는 4일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근로소득자에 대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가능성을 취임 후 처음 공식 언급했다.

정부는 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위해 공제율을 낮추거나 공제 한도를 줄이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신용카드 소득 공제율은 전통시장·대중교통 등 별도로 규정한 지출분 외에는 15%가 적용된다. 만약 정부가 이를 10%로 낮출 경우,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작년 9월에 공개한 ‘2018 조세특례 심층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연봉 4500만~5000만원대의 직장인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어, 세금을 꼬박꼬박 납부하는 중산층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이같은 정부의 신용카드 공제 축소 이유에는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로페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제로페이 시범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본 서비스는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행정력을 총동원하여 도입을 장려하고 있지만, 제로페이 도입 가맹점 수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서울시 전체 소상공인 점포 66만여개 중 12.5%인 8만3000여개에 그치고 있다. 도입 가맹점 수도 적지만 제로페이 이용자들은 결제를 위해 스마트폰에 설치된 은행앱을 연 다음, 로그인을 위해 지문 인식을 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계산대에서 QR코드를 찍어야 한다는 등의 불편함으로 카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제로페이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자 서울시는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연간 40%의 높은 소득공제율을 적용해 연말정산 시 세금을 더 환급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15%에서 무려 두 배 이상 높은 공제율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서울시와 정부가 나서 카드사들을 죽이려고 작정했다는 비판을 쏟아냈지만, 정부는 이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용카드 소득 공제율을 축소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카드사들 입장에선 정부와 서울시가 행정력 등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해 경쟁사들을 돕고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는 소득공제 혜택 뿐만 아니라 할부 서비스, 결제 이월 서비스 등의 혜택도 있다"며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해 이용하는 측면은 무시하고 정부가 중산층들의 실질적인 증세로 이어지게 되는 소득공제율까지 낮춰가면서 왜 신용카드만 소득공제 축소를 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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